목표치 더 높아진 온실가스 감축… 업계 “정부에 뒤통수 맞아”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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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30년 37% 감축’ 확정… 당초 14.7∼31.3%案보다 상향
산업부문 감축률은 12% 이내로

우리나라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배출전망치(BAU·Business As Usual) 대비 37%를 줄이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는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감축안보다 상향 조정된 것이어서 산업계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BAU는 아무런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배출량이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정하고, 감축 목표치를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했다. 유엔은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각국의 감축 목표를 바탕으로 신기후체제 합의문을 작성한다.

2030년 BAU 대비 37% 감축은 정부가 지난달 11일 내놨던 감축안보다 더 강화된 수치다. 정부는 2030년 BAU 대비 14.7∼31.3%를 줄이는 4가지 감축 시나리오를 제시했었다. 하지만 4가지 감축안 중 어느 것을 채택하더라도 2009년 이명박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했던 2020년 배출량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오자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시했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부가 4가지 감축안을 발표한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12월 파리 기후변화당사국총회의 성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국이 장기적인 기후변화 목표 설정 과정에 최대한 야심 찬 목표를 제시해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BAU 대비 37% 감축 목표에 따라 우리나라는 2030년 BAU 8억5060만 t 중 3억1472만 t을 줄인 5억3588만 t 이내로 온실가스를 배출해야 한다. 환경단체들은 당초 이명박 정부가 국제사회에 제시한 2020년 배출량(5억4300만 t)과 10년 뒤인 2030년 배출량에 별 차이가 없는 점을 들어 사실상 후퇴한 감축 목표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는 산업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산업부문(산업공정 포함) 감축률은 산업부문 BAU 대비 12%를 넘지 않도록 하고, 해외에서 사들인 온실가스 배출권도 국가 BAU 대비 11%까지 활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산업계는 정부가 감축 목표를 내놓자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이번 결정이 국내 산업계의 현실을 고려하기보다는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에 실리보다 명분을 택한 악수(惡手)라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30개 경제단체와 발전·에너지업종 38개사는 30일 “국민 부담이나 산업 현장의 현실보다 국제 여론만을 의식한 정부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정부의 과도한 감축 목표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암 덩어리 규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전경련 등이 전망한 2030년 BAU는 9억70만 t 수준으로 정부가 발표한 8억5060만 t에 비하면 5000만 t가량이 많다. 이 때문에 산업부문의 감축치가 낮더라도 절대목표치가 올라간 만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계는 제조업 비중이 20%대인 유럽 선진국에 비해 한국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이상인 데다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의 주력 산업은 이미 적용 가능한 최신 감축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했다고 보고 있다.

이종석 wing@donga.com·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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