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체 ‘콧대’ 낮춘 메가딜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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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국내법인들 잇단 러브콜

수입차 업계에 ‘메가 딜러(Mega dealer)’ 시대가 왔다. 메가 딜러는 한 회사가 여러 개의 자동차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량이 20만 대에 육박(19만6359대)하며 시장이 커지자 수입차 국내법인들은 새 딜러를 모집해 매장을 늘리고 있다. 이 가운데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해 고객 관리 노하우를 획득한 기존 딜러사들에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 메가 딜러 시대의 도래

국내 대표적 메가 딜러는 효성과 KCC정보통신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렉서스 차량을 판매하는 효성은 3월 페라리, 마세라티 국내 공식 수입원인 포르자모터스코리아(FMK)를 인수했다. 정보기술(IT) 중견기업인 KCC정보통신은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 랜드로버와 이 브랜드들의 인증 중고차, 포르셰, 혼다 등을 팔고 있다. 회사 측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가격대별로 구축했다”며 “다른 브랜드들도 딜러십 요청을 해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GS그룹은 계열사 GS엠비즈에서 폴크스바겐, 허창수 GS 회장과 허인영 승산 대표 등 범GS 일가가 소유한 센트럴모터스에서 렉서스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GM 쉐보레와 재규어, 랜드로버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아주그룹은 하반기(7∼12월) 볼보 전시장을 연다. 윤활유와 건설용 자재 등을 제조하는 극동유화그룹은 아우디, 포드, 링컨, 재규어, 랜드로버 브랜드를 운영한다. 건설업이 주 사업인 위본그룹은 계열사 도양기업이 대우자동차판매의 자회사로 아우디 딜러사이던 AM모터스를 2010년 인수한 뒤 최근 FMK와 마세라티 딜러십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수입차 유통은 수입차 국내법인이 딜러사에 자동차를 팔면, 딜러사가 전시장에서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팔고 수리와 부품 판매 등 사후서비스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1988년 국내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뒤 코오롱글로벌(BMW), 한성자동차(메르세데스벤츠), 효성(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3사가 공식 수입원으로 국내에 수입차를 들여왔다. 이후 수입차 회사들이 국내법인을 설립하며 직접 진출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딜러들이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수리비-부품값 ‘뻥튀기’ 문제 해결 서둘러야 ▼

○ 힘세지는 ‘을’… 협상력 커져


메가 딜러가 증가하는 것은 수입차 고객이 증가하면서 자동차 판매뿐 아니라 정비 부문 수익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국내법인으로부터 인기 모델의 물량을 받아와야 하는 ‘을’의 입장에서 협상력도 커진다. 한 수입차 딜러사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면 수입차 국내법인이 물량과 가격으로 ‘갑질’을 할 때 ‘자꾸 그러면 다른 브랜드만 열심히 팔겠다’며 협상을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수익 헤지 효과도 있다. 브랜드 수요가 일본차에서 독일차, 비(非)독일차로 옮겨가듯 수입차 브랜드도 유행을 타기 때문이다. 효성은 지난해 효성토요타가 7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메르세데스벤츠를 판매하는 더클래스효성이 194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아주그룹은 아주캐피탈 자동차리스 사업과의 시너지가 전망된다.

국내에서 수입차 딜러에 진출하려면 부지 매입, 건물 신축, 서비스센터 구축 등에 수십억 원부터 많게는 3000억 원까지 든다. 이에 따라 중견기업, 대기업이나 대기업 오너가 딜러사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각에선 딜러사들이 일단 판매량을 늘리려고 차 값을 깎아준 뒤 수리비와 부품 가격을 과다하게 책정해 수익을 올린다는 비판도 하고 있다. 늦장 사후서비스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본에서는 자동차 사고가 나면 보험사보다 딜러가 먼저 현장에 도착할 정도로 딜러는 서비스 업종으로 인식돼 있다”며 “딜러는 차를 파는 순간부터 진짜 역할이 시작되는 만큼 단순히 차량 판매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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