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시들시들 종자산업… 차별화에 미래 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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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환 세종대 식물생명공학과 교수
송기환 세종대 식물생명공학과 교수
‘종자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종자의 가치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종자산업은 현대에 들어서 식품산업, 바이오연료 생산, 의약품 생산과 같은 2차산업뿐만 아니라 도시 농업이나 휴양 농업 등과 같은 분야로까지 연계되면서 산업적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다.

한 알의 종자에 담긴 유전 정보를 해독하고 설계하며 개량하기 위해 적용되는 첨단의 생명공학적 기술은 나날이 진보하고 있다. 기술이 진화하려면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몬샌토와 신젠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화학 산업을 통해 확보한 자본을 종자 부문에 투자해 전 세계 종자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골든 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를 통해 종자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개발하고 국내 종자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최근에는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이 종자법인 ‘CJ브리딩 주식회사’를 출범시켜 우수 종자를 적극 개발하고 이를 상품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종자 주권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점에서 국내 자본의 종자산업 참여는 매우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제한된 자원을 가진 국내 업체가 거대 다국적 종자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차별된 제품 개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방안 중 하나는 소비자 식생활 및 라이프스타일에 편의성과 이득을 더 줄 수 있도록 종자를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축은 육종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현대의 육종 연구는 분자유전학적 기법들이 동원돼 더욱 과학적인 영역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채소 작물을 비롯한 많은 영역에서 전통적인 육종 방법과 기술은 여전히 육종 연구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현재 국내 육종가 그룹의 인적자원 폭은 그리 넓지 못하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국내 주요 종자 회사들을 인수한 다국적 기업들이 육종 후계자를 양성하지 않았던 측면을 들 수 있다. 장기적으로 종자산업을 국가의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젊은 육종가 양성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숫자로 나타나는 현상만을 볼 때 국내 종자산업은 그리 밝지 못하다. 세계시장에서 국내 종자시장 규모는 1%도 채 안 된다. 농작물 재배 면적은 감소하고 있고 농산물 수입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종자산업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활약할 수 있는 지식산업이며 다양한 연계 산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농업의 반도체 산업이다. 국내의 영세한 종자 기업 중에는 독보적인 유전 자원과 품종 개발 능력을 보유한 업체가 많다. 이들 기업들이 독자적인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기업과 상호보완적인 협업 관계를 유지할 때 한국 종자산업 기반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송기환 세종대 식물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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