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직함 3개중 2개 물려받아… 위상 탄탄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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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사회문화사업 총괄
그룹 계열사 ‘수장’ 처음 맡아… 재계 “경영승계 부담 작은 것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7)이 15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첫 직함’인 데다 아버지가 갖고 있던 세 가지 공식 직함 중 삼성전자 회장을 제외한 두 자리를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그룹 후계자로서의 대외적인 위상이 견고해졌다. 게다가 이 부회장이 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사회문화적 유산까지 총괄하게 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부회장은 2010년 사장, 2012년 부회장으로 각각 승진하면서 삼성그룹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나 재단 이사장 등을 맡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았던 것도 2004년 7월∼2008년 5월 에스엘시디(2012년 삼성디스플레이에 합병)에서가 유일하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0여 년간 경영수업을 받아온 이 부회장이 언제쯤 전면에 나설지 주목해 왔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자리를 비운 지난 1년간 이 부회장은 사실상 그룹 최고위 경영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승계 공식화는 시간문제나 다름없다는 시선이 많았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공식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비교적 부담이 작은 사회문화재단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승계는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해야 되는 것이므로 삼성으로서도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제 조금씩 시그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인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으로서는 승계를 위한 여러 작업이 불가피하겠지만 이번 이사장 선임은 공익재단 업무의 정상화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현재 삼성생명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삼성서울병원의 결손금을 줄이기 위해서”란 이유로 4.7% 중 2.5%(당시 약 5000억 원)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을 각각 4.7%, 3.1%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재단들이 주력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이사장에 오른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 지배력을 높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은 이 회장과 제일모직이 40%의 지분을 확보해 추가적인 경영권 확보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이 회장의 자산을 이 부회장에게 곧바로 상속하는 대신 우호 지분 역할을 할 수 있는 재단에 출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삼성그룹은 전면 부인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재단을 활용한 편법 증여는 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계획도 없다”며 “상속 관련 세금은 법이 정하는 대로 투명하고 당당하게 납부하기로 이미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그룹 각 계열사들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질 변화를 주문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사회문화재단에는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도 주목된다. 또 평소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여 온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서울병원 간 시너지를 만들 신사업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황태호 기자
#이재용#삼성전자#사회문화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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