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반한… 한국 화장품의 美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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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日 제치고 3대 수출국에 올라

1986년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고객은 한인 타운 근처에 사는 교민들. 주요 상권에 직영점을 내기도 했지만 한인 교포 고객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지금은 다르다. 한인 타운을 나와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 고급 백화점이나 화장품 편집매장에 가면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나 ‘설화수’ 제품을 찾는 게 어렵지 않다.

미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중국, 홍콩에 이은 한국의 3대 화장품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K-뷰티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 주류사회에도 뿌리 내리기 시작한 셈이다.

○ “미국 20, 30대에게 화장품 동영상 확산”

지난해 한국 화장품은 갖가지 ‘기록’을 세웠다. 처음으로 수출이 2조 원(18억7353만 달러)을 돌파했다. 대미 수출도 급증했다. 관세청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이 한국의 3대 화장품 수출국이 됐다.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45% 늘어난 1억5413만 달러(약 1695억 원)로 엔화 약세 현상으로 주춤한 일본을 제쳤기 때문이다. 한국 화장품 수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2%로 중국(31%)과 홍콩(21.9%)의 뒤를 이었다. 화장품 전문가들은 현재의 화장품 수출이 지나치게 중화권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미 수출이 늘어난 것을 고무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한국 화장품은 패키지와 제형 등이 독특한 아이디어 제품이 많다. 한류와 독특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영어로 된 동영상과 자료들이 미국 20, 30대에게 자연스럽게 퍼지고 있다”며 “미국은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이라 글로벌 주자가 되려면 피할 수 없는 승부처”라고 말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미국은 한국이 가장 많이 화장품을 수입해 오는 나라다. 전체 화장품 수입의 32%가 미국산이라 양국 간 화장품 무역 적자는 약 2억9563만 달러(약 3252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수출 증가율 속도가 수입보다 빠르고, 국내 화장품 대기업의 미국 진출이 탄력을 받기 시작해 무역 적자폭을 좁혀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자신감 얻은 한국 기업, “이제는 미국”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에 바탕을 둔 정체성이 세계 시장에서는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시안 뷰티’를 내건 우리 고급 브랜드 매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여유 있는 미국 부유층은 다른 세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 아시아의 럭셔리 브랜드를 주목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선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셈이다.

끊임없이 미국 시장에 도전해온 한국의 양대 화장품 대기업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서서히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2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만든 이 회사 최고급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을 만들자마자 2003년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2010년에는 뉴욕 버그도프굿맨 등 럭셔리 백화점에 ‘설화수’를, 지난해에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의 800여 개 매장에 ‘라네즈’를 내놓았다. 12년 동안 두드린 끝에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법인의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뉴욕 블루밍데일 백화점에도 ‘아모레퍼시픽’ 매장이 문을 열 예정”이라며 “브랜드별로 고급시장과 대중시장을 동시에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북미시장 진출 준비를 마치고 이달 말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이달 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사가 직접 만든 백화점 브랜드 ‘빌리프’로 미국 진출을 시도하는 것. ‘빌리프’는 미국 주요 도시의 33개 ‘세포라’ 매장에 입점할 예정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화장품#아모레퍼시픽#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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