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동남아로”… 은행들 저금리시대 돌파구 찾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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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은행 인수-지점 설립 박차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25일 업무를 마친 뒤 저녁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향했다. 26일 열린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공식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1992년 인도네시아우리은행(BWI)을 설립해 당기순이익을 1625만9000달러(2013년 기준)로 끌어올린 우리은행은 현지 사업 확대를 위해 2014년 1월 6300만 달러를 지급하고 현지 ‘소다라은행’의 지분 33%를 인수했다. 26일 BWI와 소다라은행은 직원 2000명, 총자산 16억 달러의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으로 새로이 출발했다.

저금리로 ‘먹거리’가 줄어든 시중은행들이 새로운 성장활력을 동남아시아에서 찾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북미, 유럽과 달리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들은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아직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다는 점에서도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 미얀마 재도전, 마이크로파이낸스에도 관심

한국의 은행들이 특히 눈독을 들이는 나라는 미얀마다. 인구가 6200만 명이나 되고 2011년부터 본격적인 개방 정책을 시행하며 해외 금융회사에 문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한’의 이미지부터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1월 국내 업체로부터 1억 달러어치의 농기계를 수입하기로 한 미얀마 정부에 총 8500만 달러(약 918억 원)를 저리에 빌려주기로 계약을 맺었다. 미얀마 농촌개발사업 등 사회공헌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미얀마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지점을 승인받겠다는 목표로 미얀마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 지원 방안을 찾고, 여러 가지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지점 설립 승인을 얻기 어려운 만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회사인 ‘마이크로파이낸스’에서 돌파구를 찾는 경우도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8월 ‘미얀마 마이크로파이낸스’ 법인을 출범해 현지의 영세 자영업자나 농민 등을 대상으로 소액대출 영업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미얀마에서의 마이크로파이낸스 회사 설립을 타진 중이다. 우리은행 손태승 부행장은 “지점 승인을 마냥 기다리기보다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며 평판을 쌓아가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은 여타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당국으로부터 현지 마이크로파이낸스 회사 ‘말리스(Malis)’ 인수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연내 필리핀 현지의 저축은행 인수, 베트남 현지 은행 인수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베트남은행의 성공을 바탕으로 카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 금융당국도 해외 진출 독려

금융권에서는 정부 차원의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얀마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일본,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등 6개국의 9개 은행에 미얀마 현지 지점 설립을 허가했다. 하지만 허가를 기다렸던 국내 은행 3곳(국민, 신한, 기업)은 모두 탈락했다. 일본,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중국이나 태국 은행에도 밀렸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우리 정부도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줬지만 일본이나 여타 국가의 지원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미얀마의 승인을 받은 9개 은행은 모두 정부 차원에서 긴밀히 미얀마와 접촉을 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기업의 탄생을 위해서도 개별 금융회사뿐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도 기업들을 위한 무역진흥공사와 같은 별도의 독립된 전담조직 설치를 고려할 만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요구를 감안해 금융당국은 올해 국내 은행들의 해외 진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국가와의 인적 교류를 지원함은 물론이고 연내 은행혁신성 평가 내 해외 진출 평가지표도 더 정밀하게 손을 볼 계획이다. 내실 있게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은행이 혁신성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평가지표를 다듬어 단순히 혁신성 평가에 반영하는 것을 넘어 자체 지표로도 의미를 가지게 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저금리시대#동남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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