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월세, 강북은 매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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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수요 큰 서울 강남권 월세 확산… 강북은 “이참에” 매매 늘어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전용면적 160m² 아파트에서 월세로 사는 주부 이민영(가명·42) 씨는 최근 “들어와 살려고 하니 집을 비워 달라”는 집주인에게 “월세를 30만 원 올려 주겠다”고 역으로 제안했다. 이 씨는 집주인이 다른 집을 알아볼 수 있도록 이사 비용, 인테리어 비용 등의 명목으로 500만 원을 건네기까지 했다. 월세로라도 강남에 계속 살고 싶어서였다. 이 씨는 “월세가 부담되긴 하지만 학원과 학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벗어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주택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월세=저소득층’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다. 특히 교육 및 주거 환경이 잘 갖춰진 서울 강남권의 상당수 세입자들은 다른 지역의 집을 살 능력이 있어도 강남권에서 벗어나는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추세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월세는 5252건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1년 1월 이후 최대였다. 구별로는 강남구가 752건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542건), 서초구(465건), 노원구(409건)가 뒤를 이었다. 이른바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의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이는 전세난을 피해 아예 집을 사들이고 있는 강북지역과는 다른 양상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전국 8개 시도의 주택 월세금을 조사한 결과 한강 이북지역은 보합세였던 반면 강동구, 서초구 등 한강 이남 지역은 전달에 비해 0.1% 상승했다.

과거 월세는 목돈이 없는 저소득층의 주거 형태라는 인식이 강했고, 매달 지출하는 월세가 아까워 선호도가 낮았다. 이 때문에 월세로 출발해도 목돈을 모아 전세로 옮기고, 최종적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인 주택 소비 행태였다. 하지만 주택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내 집을 꼭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최근 중산층과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월세에 대한 거부감도 약해지고 있다.

특히 학군 선호도가 높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월세가 확산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럭키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아파트 전세금이 작년 말보다 1억 원 넘게 오르면서 보증부 월세(반전세) 중심으로 월세가 증가하고 있다”며 “주로 자녀들의 학군과 학원가를 고려한 수요”라고 설명했다.

강남 지역 거주자의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월세 전환 움직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강남 지역에는 월세를 부담할 정도의 자산을 갖춘 사람이 많고 월세도 고가이기 때문에 월세 시장이 저소득층 시장이란 이미지가 없다”며 “이른바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 때문에 보증금이 떼일 염려가 작은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강남 지역 집주인들이 목돈인 전세금을 한꺼번에 받기보다 매월 받는 임대료를 선호하는 것도 이 지역 월세 증가의 이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자발적으로 월세를 선택하는 중산층들까지 합류하면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추세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돼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조은아 achim@donga.com·홍수영 기자
#강남#강북#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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