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책읽기도 ‘편집’… 재미있는 부분만 골라 읽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 ◇책은 다 읽는 것이 아니다. 골라 읽으라고 만들어졌다. 책은 처음부터 데이터베이스였다. ―에디톨로지(김정운·21세기북스·2014년) 》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즉 딱 두 단계만 거치면 보배를 누릴 수 있다. 구슬 서 말을 모을 것, 꿸 것. 세상의 모든 책도 이 두 과정을 거쳐 탄생한 보배이다. 데이터 모으기. 그리고 그 데이터를 작가 특유의 방식으로 꿰기. 대개 두 번째 과정을 ‘편집’이라고 하지만, 어떤 구상에 따라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하는 과정부터가 사실 편집이다.

책을 쓰는 일, 만드는 일뿐만이 아니다. 책을 읽는 일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편집이다. 가령 독후감 숙제를 위해 마지못해 읽는다 치자. 열심히 목적에 맞게 골라 읽을 것이다. 편집하며 읽는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편집하면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창조’가 일어난다.

‘창조경제’처럼 거창하게 떠들어대는 창조 담론에 주눅들 것 없다. 책을 읽을 줄 아는 당신이라면 이미 멋진 창조의 역군이다. 내 멋대로 골라 읽자. 마음 가는 대로 아무렇게나 읽자. 책읽기는 무릇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지만, 곳곳에 가이드들이 있어 걱정이 없다.

그런 체험을 하다 보면 오 놀라워라, 책 읽는 나는 홀연 나를 초월한다. 인간이 자기초월적 존재라면 책을 읽을 때 틀림없이 그러하다. 스스로를 넘어서 더 나은 인간으로 자신을 창조하는 것이다.

인간 정신의 창조적 변화를 낳는 게 어디 책읽기뿐일까. 책, 영화, 방송,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갖 미디어 체험을 통해 우리는 부단히 ‘지금 여기’를 초월해 수많은 네트워크 속으로 접속하고 교섭하고 탈주한다.

김정운의 책은 여느 책보다 산만하지만 그래서 더욱 재미있다. 구획마다 계층적으로 분류 전시되는 백화점과 달리 편집숍의 분류는 네트워크적이고 유동적이고 상호작용적이다. 그래서 편집숍 체험은 즐겁고 네트워크적 지식도 같은 이유로 재미있다. 창조는 모름지기 초월의 짜릿함에서 탄생한다.

박유안 번역가
#책#편집#읽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