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겁’을 겁내지 말라… 겁이 많아야 오래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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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심을 모르는 수많은 인간의 조상들이 뱀에게 먹히고 육식동물의 송곳니에 받히고 나무에서 떨어졌다. 그러한 요절 때문에 인간의 유전자 풀은 경각심이 높은 쪽으로 이동했다. ―사랑을 위한 과학(토머스 루이스 외·사이언스북스·2001년) 》

최근 친구와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사람들이 왜 굳이 돈을 내고 공포와 긴장감을 느끼려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친구는 “일상생활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재미를 느낄 일이 없으니 사람들이 돈을 내는 것”이라고 맞섰다.

친구와 이런 대화를 하며 내가 ‘번지점프’는 할 수 있을까 상상해 봤다. 나의 의지로 내 몸을 자유낙하시킬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군대에서는 유격훈련을 할 때 수십 m 높이에서 강하 훈련을 해본 적도 있지만 당시에는 ‘높이’가 주는 공포보다 내 뒤에서 강하 순서를 기다리는 고참들이 주는 공포가 더 커서 어쩔 수 없었다.

친구는 “사람이 용기가 있고 모험심을 즐겨야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겁 많은 사람들을 조롱하듯 말했다. ‘롤러코스터와 번지점프를 즐긴다고 꼭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겁 많은 게 핑계까지 많다’란 소리를 들을까 봐 꾹 참았다.

‘사랑을 위한 과학’을 쓴 세 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겁이 많아야 오래 산다’고 단언한다. 겁은 인간이 파충류에서 진화할 때 뇌에 남겨진 생존의 비책이라는 것이다. 원시시대의 파충류와 현대사회의 인간이 느끼는 공포는 모두 생존과 관계돼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인간이 느끼는 돈, 직장, 관계에 대한 걱정은 결국 현대사회에서 살아남으려는 걱정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사람들은 근심이 생기면 차분히 생각하며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지만 이는 무의미한 행동이라고 꼬집는다. 오히려 걱정을 즐기라고 강조한다. “걱정이 많다고 고민하지 마라. 걱정이 없는 성향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사랑을 위한 과학#토머스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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