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키운 ‘中 미다스의 손’ 한국벤처 터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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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中 IDG캐피털, 1000억원 펀드 조성… 韓-中 벤처 교류 활발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공룡’을 키운 ‘차이나 벤처 머니’가 한국에 상륙했다. 한국 벤처기업과 유통기업들은 중국 ICT 기업을 통해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섰다. 한국과 중국의 ‘벤처 교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셈이다.

중소기업청은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한국벤처투자 사옥에서 ‘중국 IDG 캐피털’과 1000억 원 규모의 ‘대한민국 벤처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IDG 캐피털은 중국 ICT 강자인 텐센트와 바이두를 길러낸 중국 굴지의 벤처캐피털(VC)이다. 대한민국 벤처펀드의 재원은 한국모태펀드가 40%, 중국 IDG 캐피털 및 외국투자자 등이 협의하에 60%를 출자해 조성할 계획이다.

○ 시총 183조 원 텐센트 키운 중국 VC, 한국 진출

중국 IDG 캐피털은 2000년대 들어 중국에 생겨나고 있던 초기 벤처들을 오늘날 정보기술(IT) 공룡으로 만든 주역으로 꼽힌다. 현재까지 투자 업체는 300개가 넘으며 이 중 70여 개를 기업공개(IPO) 또는 인수합병(M&A)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2000년 소규모 인터넷 서비스 업체로 창업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텐센트에 110만 달러(약 12억 원)를 투자했다. 매월 말 임대료와 공과금을 두려워해야 했던 벤처기업 텐센트는 투자 15년 만에 시가총액 183조 원의 글로벌 인터넷·게임 기업이 됐다. 2000년 창업해 구글의 경쟁자로 급부상한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의 성장도 중국 IDG 캐피털이 뒷받침했다.

중국 내 업계 1위 기업을 다수 배출한 초대형 벤처캐피털의 한국 진출은 국내 벤처 업계에 희소식이다. 2012년 텐센트가 다음카카오에 720억 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되는 등 이미 중국 업체가 개별적으로 국내에 투자하는 사례는 있어 왔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국내 집중 펀드를 운용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궈이훙(過以宏) 중국 IDG 캐피털 대표 등이 직접 투자 대상 발굴에 나선다. 또 총 펀드 재원의 60% 이상은 국내에 의무 투자할 계획이다. 그간 중국 내에서 시장 가능성이 확인된 미디어통신, 콘텐츠, 헬스케어, 게임 등 분야에 집중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 벤처, 유통업체의 중국 시장 진출도

벤처 출신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움직임도 있다. 벤처기업에서 출발해 국내 굴지의 ICT 기업으로 성장한 다음카카오는 이날 현지 법인인 ‘다음카카오차이나’를 통해 모바일게임 퍼블리싱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현지 직원을 투입한 퍼블리싱 전담 조직이 텐센트와 바이두 등 중국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현지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다음카카오는 올해 상반기에 첫 번째 퍼블리싱 게임을 중국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형마트들은 중국 온라인몰을 ‘역직구’ 사업의 창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인 ‘티몰 글로벌’에 다음 달 중으로 이마트 전용관을 열고 중국 역직구 시장에 진출한다고 이날 밝혔다. 티몰 글로벌은 중국 온라인 쇼핑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알리바바그룹이 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롯데마트도 5일 이 사이트 내에 전용 도메인을 개설했으며, 다음 달 중순부터 전용관을 운영한다.

▼ 中 알리바바 운영 쇼핑몰에 이마트-롯데마트 전용관 ▼

○ 한국과 중국의 ‘벤처 교류’ 활로 제공 기대


이런 한국과 중국의 교류 움직임에 힘입어 이번 펀드 조성은 단순 투자 효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향후 국내 선진 벤처 기술과 중국의 시장 수요를 연결하는 데 활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국내 벤처기업의 중국 진출은 ‘관시(關係)’로 불리는 현지 네트워크 부족과 여러 정책·법률적 장벽에 부딪혀 소수 대형업체의 전유물로 남아 있었다.

박종찬 중소기업청 벤처투자과장은 “중국 벤처캐피털이 지원하고 있는 중국 내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갖고 이미 구축돼 있는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출시한다면 중국 시장 진출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또한 지난달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 합의한 ‘벤처 투자 분야 한중 실무협의체’ 구성 결정과, 중기청이 올해 조성하기로 한 5000억 원 규모의 중국 진출 펀드와도 맥을 같이한다.

곽도영 now@donga.com·최고야 기자
#샤오미#중국#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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