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반값 복비’ 삐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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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도시委 13명중 8명 “정부안 반대-보류”
일부 고정요율 검토… 봄 이사철 소비자 혼란 우려

정부가 올해부터 부동산 중개보수를 내리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질 위기에 처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관련 조례 심의를 앞둔 경기도의회가 정부의 권고안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경기도의회의 이런 움직임이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의 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해 경기도를 통해 도의원들의 설득에 나서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일 부동산 중개보수 개정 조례 심의를 4일로 앞두고 있는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의원 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응답자 1명을 뺀 12명 중 8명(66.7%)이 정부 권고안에 대해 ‘반대’ 또는 ‘보류’ 의견을 밝혔다. 13명 중 여당은 4명, 야당은 9명이다.

정부도 현재로서는 도의회 의원들이 결론을 내리는 걸 유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은 지역정보를 잘 알고 있고 주민들의 ‘표심’에 영향력이 커 의원들이 이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매매가격 6억 원 이상 9억 원 미만 주택 거래 때 중개보수를 현행 ‘거래금액의 0.9% 이하에서 협의한다’에서 ‘거래금액의 0.5% 이하에서 협의한다’로 개편하도록 지자체에 권고했다. 또 전세금 3억 원 이상 6억 원 미만 주택의 중개보수는 ‘거래금액의 0.8% 이하에서 협의한다’에서 ‘거래금액의 0.4% 이하’로 바꾸도록 권고했다. 경기도의회를 시작으로 이달 말 서울시, 다음 달 인천시 등이 정부 권고안을 지자체 조례에 반영할지 결정한다.

특히 경기도는 정부 권고안을 심의하는 첫 지자체라 전국 소비자단체, 공인중개업계, 다른 지역 지자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4일 개편안을 심의하고 11일 본회의에서 통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기도의 한 의원은 “정부안에 반대한다”며 “중개보수를 내리는 문제도 다시 검토해야 하지만 이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중개보수를 ‘0.5% 또는 0.4% 이하’로 한다는 부분에서 ‘이하’는 빼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도의회 “영세 중개업자 생존권 보호해야” ▼

“고정요율 도입하면 위법 소지”


요율을 고정해두지 않으면 소비자와 공인중개사 사이에 분쟁이 늘고 공인중개사의 생존권에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의원은 “부동산 시장이 안 좋아 공인중개업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이사 자주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중개보수요율을 낮춰도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주장대로 요율이 고정되면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매매, 전세 등 거래 유형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요율을 고정하면 소비자가 불필요한 중개보수를 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고 우려했다.

현재는 단순히 계약 기간만 연장할 경우 중개보수를 안 줄 수도 있지만 요율을 고정하면 이를 받으려는 공인중개사가 많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시장 경쟁에 의해 자유롭게 정해야 하는 중개보수의 요율을 일률적으로 정해버리면 공정거래법에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의회가 주춤거리는 사이 봄철 이사를 앞둔 경기도민들의 민원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복비가 낮아질 때 이사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도대체 언제 결정되느냐’는 문의가 하루에 10여 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의 100채 이상 아파트단지 가운데 개편된 중개보수요율을 적용받는 전세 물량은 2000년 0.3%에서 2013년에는 12.2%로 늘었다. 매매 물량도 같은 기간 0.9%에서 10.7%로 늘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반값 복비#부동산 중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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