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선점에도 ‘골든타임’… 국회비준 서둘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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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FTA 빗장 열린 13억 시장]<中> 경제영토 확장은 시간싸움

#1. 호주는 15일 자국에서 개막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할 예정이다. 한국으로서는 중국과 체결한 FTA 합의의사록 서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같은 무기’를 지닌 경쟁국이 나타난 셈이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건물에 비유하자면 우선 1층을 짓고 나머지는 1, 2년 후 완성하면 된다”며 협정의 수위보다 조기 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중 FTA에 대해 언급할 상황은 아니지만 확실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3대 경제권과 FTA를 맺더라도 한국에 시장을 선점 당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세계 주요국들은 FTA로 경제영토를 한 뼘이라도 넓히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각국이 거미줄처럼 복잡한 FTA로 얽히면서 FTA를 맺지 않은 나라는 글로벌 교역시장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12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며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 입장에서 FTA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다른 나라보다 하루라도 빨리 맺어야 FTA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먼저 맺는 자가 승리한다

FTA는 국가들끼리 관세 철폐, 서비스 시장 개방 등의 혜택을 주고받는 협정이다. FTA에서 배제된 나라는 그만큼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추진하기 전에 신중히 검토해야 하지만 일단 맺기로 한 FTA라면 조속히 매듭지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0년대 칠레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진 한중일 3국의 각축전은 경제 교과서에 실릴 만큼 상징적인 FTA 경쟁의 사례였다.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칠레 수입차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는 19.9%의 점유율로 일본(29.4%)보다 9.5%포인트나 뒤져 있었다. 이후 3년 만인 2007년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올랐다. 하지만 2007년 일-칠레 FTA가 발효되자 일본은 1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그러다 수입이 전무하던 중국산 자동차가 2006년 중-칠레 FTA 발효 후 들어가면서 지난해에 점유율 10%를 넘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쟁국의 기술력, 가격 경쟁력을 감안하면 칠레와의 FTA가 1, 2년만 늦었어도 자동차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자동차가 유독 멕시코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도 FTA 체결 지연에 있다. 멕시코 수입차 점유율 1∼4위인 미국, EU, 일본, 캐나다는 모두 멕시코와 FTA를 맺었다. 이들 자동차가 무관세로 팔리는 동안 한국산은 관세 20%를 부담하고 있다. 100m 달리기로 치면 출발선 20m 앞에 선 나라들과 경쟁하는 셈이다.

○ “시장 선점, 눈 뜨고 안 당한다”

과거 FTA에 소극적이었던 나라들도 최근에는 정부와 의회가 손을 잡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멕시코, 칠레, 인도, 페루 등과 FTA와 개방 수준이 비슷한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맺었다.

최근에는 호주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호주 FTA는 지난해 12월 타결됐지만 일-호주 EPA는 올해 7월에야 체결됐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의회 비준 동의에서는 순서가 바뀌었다. 일본 국회는 이달 7일 비준안을 통과시켰지만 한국은 아직 국회 본회의 처리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산업연구원은 한-호주 FTA 발효가 일본보다 1년 늦어지면 향후 5년간 연평균 수출 손실이 최대 4억6000만 달러(약 5037억 원)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한-호주 FTA 비준안이 올해 안에 통과되지 않으면 일본보다 최대 8년간 관세 철폐 속도가 뒤처질 수 있다”며 국회의 조속한 비준 동의를 촉구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 도쿄=박형준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FTA#골든타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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