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투자대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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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업銀, 관객 1500만 돌파땐 80% 수익… 금융권, 콘텐츠 투자 짭짤

최단 기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이 시작될 때 스크린에는 홍기택 KDB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의 이름이 등장한다. 산업은행이 펀드투자를 통해 명량의 제작비를 댄 주요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5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군도’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영화 직접투자에 나서며 ‘역린’에 이어 ‘군도’에 제작비를 투자했다.

명량 등 한국 영화의 흥행 돌풍에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금융권도 웃음 짓고 있다. 특히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뮤지컬 투자에 적극 뛰어든 국책은행들은 제조업 중심의 금융권 투자 관행을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넓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명량 1000만 관객 돌파에 수익률도 쑥쑥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해 3월 총 600억 원 규모인 사모펀드 ‘아이디어브릿지 슈퍼스타’에 지분 50%에 해당하는 3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는 ‘설국열차’ ‘광해’ ‘수상한 그녀’ 등 영화제작사인 CJ E&M이 만드는 모든 영화에 투자해 흥행에 따른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최근 명량의 총제작비 190억여 원 중 35억 원이 이 펀드에서 투입됐다.

기업은행은 IBK캐피탈이 운용하는 150억 원 규모의 ‘IBK금융그룹 문화콘텐츠 상생펀드’에 100억 원을 출자했다. 이 펀드도 CJ E&M 제작영화에 투자하는 것으로, 명량 제작에 5억 원이 들어갔다.

두 은행은 명량 투자만을 놓고 볼 때 이미 개봉 7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6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투자원금을 회수했다. 이어 개봉 12일째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투자수익률 40%를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1500만 관객을 돌파할 경우 80%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현 산업은행 기술금융부 차장은 “펀드 최종수익률은 운용기간 5년이 끝나면 나오겠지만 이번에 명량의 대박으로 펀드 전체 수익률이 올라갈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성공하지 못한 영화도 있어 전체수익률은 연 10% 안팎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화콘텐츠 투자, 금융권 신성장동력

과거 금융권의 문화산업 투자가 영화, 드라마 제작을 광고나 협찬 형식으로 지원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직접 제작비를 대거나 문화콘텐츠 펀드를 만들어 간접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게 국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7월 영화제작사, 방송국 PD, 콘텐츠진흥원 출신의 전문가를 영입해 금융권 최초로 문화콘텐츠 투자를 전담하는 부서 ‘문화콘텐츠금융부’를 신설했다. 이 부서는 올 6월 말까지 300억 원을 영화·드라마·공연 등에 투자했다. 특히 영화 제작에 직접투자하며 역린에 3억 원, 군도에 2억 원을 투입했다.

산업은행도 6월 말 현재 영화·뮤지컬·연극 등에 투자하는 14개 펀드에 545억 원을 출자했다. 하반기에도 영화, 드라마 관련 펀드 2곳에 6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영화사 백두대간의 최낙용 부사장은 “새로운 투자 활로가 생긴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이런 움직임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돈 되는 작품에만 투자하기보다는 작품성 있는 영화에 대한 투자도 적극 고려해 영화계 전체를 키우는 투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시중은행은 문화콘텐츠 투자보다는 영화, 드라마 등과 연계한 상품을 내놓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나은행은 명량이 700만 관객을 돌파하면 연리 2.7%를 주는 등 관객이 많이 들수록 금리를 높여주는 ‘하나 무비정기예금(명량)’을 선보여 조기 완판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말 1000억 원 규모로 선보인 연리 2.7%의 ‘우리나라사랑 명량 정기예금’이 하루 만에 다 팔리자 이달 11일 2차 판매에 나서 5시간 만에 완판했다.

정성희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팀장은 “문화콘텐츠 투자는 장기투자인 데다 여전히 리스크가 크고 진입장벽이 높아 단기투자나 제조업 중심 시스템에 익숙한 은행이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인정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와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석형 산업은행 벤처금융부 팀장은 “이번 명량의 투자 성공을 계기로 문화콘텐츠 쪽으로 자금 유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구가인 기자
#명량#펀드투자#군도#문화콘텐츠#문화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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