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기획사들, 요즘 증시와 열애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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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發 新한류 타고 엔터테인먼트 업체 상장 열풍

《 “저도 ‘별에서 온 그대’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3일 1박2일의 일정으로 방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보이자 곧바로 증시가 출렁였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주연배우 김수현의 소속사 키이스트 주가는 시 주석 방한 이틀 동안 7.98% 올랐다. 연예계 소식 가운데 좋은 것은 문화면, 나쁜 내용은 사회면에 나온다지만 앞으로는 경제면에도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중국발 ‘신(新)한류’ 열풍을 타고 속속 증시에 입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

○ 한류 타고 엔터주(株) 상장 붐

9일 교육전문업체 에듀컴퍼니는 배우 하정우 김성균의 소속사 판타지오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앞으로 중국 한류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앞서 5월에는 걸그룹 포미닛의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해 10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고 발표했다.

배우 현빈의 소속사 오앤엔터테인먼트는 최대주주가 코스닥 상장사 쓰리원으로 바뀌었다. 영화 ‘7번방의 선물’ ‘신세계’ 등을 흥행시킨 영화배급회사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도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받고 있으며, FT아일랜드 씨엔블루 등이 속한 FNC엔터테인먼트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증시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케이팝과 드라마 열풍 속에 해외진출을 모색하면서 자본 조달의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증시에 상장된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늘면서 시장 판도도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SM, YG, JYP 등 가수 기획사 ‘빅3’가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배우 기획사들이 좋은 실적을 내면서 ‘춘추전국시대’가 됐다. 배우 기획사의 경우 수입원이 소속 배우의 드라마 영화, 광고 출연이 전부여서 매출 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표적인 업체가 김수현의 소속사 키이스트다. 드라마 ‘별그대’ 종영일인 2월 27일 키이스트의 주가는 1430원이었지만 지난달 5일에는 435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별그대’가 국내에서는 종영을 했지만 중국에서는 엄청난 인기가 지속되면서 김수현의 몸값도 따라 올라 3개월 남짓한 기간에 김수현 소속사의 주가가 3배로 뛴 것이다.

○ 소문 따라 출렁이는 주가 ‘주의’


“15년 동안 연예인 생활을 했는데 2주 만에 무너졌다.”

드라마 ‘별그대’에서 인기가 급락한 천송이(전지현 분)가 한숨을 쉬며 하는 말이다. 아무리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더라도 한 방에 갈 수 있는 게 연예계다. 연예인을 상품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주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3일 JYP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전날보다 5.86% 떨어졌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동생 유병호 씨가 횡령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에 영향을 받았다. 유병호 씨는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인 가수 박진영의 장인으로 알려졌다.

5월 15일 오후 SM엔터테인먼트 주가도 갑자기 곤두박질쳤다. 인기 절정인 12인조 남성 아이돌 엑소(EXO)의 멤버 크리스가 SM을 상대로 전속계약을 무효로 해 달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하루만 SM 시가총액 중 600억 원(약 6%)이 사라졌다. 1일 YG엔터테인먼트도 소속 걸그룹 2NE1의 멤버 박봄이 마약류인 암페타민을 몰래 들여오다 적발됐던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김수현 때문에 히트를 친 키이스트도 김수현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 별그대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 헝다그룹의 광천수 ‘헝다빙취안(恒大氷泉)’ 광고모델로 발탁됐는데, 헝다그룹이 이 생수의 원산지를 백두산의 중국식 표기인 ‘창바이산(長白山)’으로 표시한 게 문제가 됐다. 지난달 초 4000원을 훌쩍 넘어섰던 키이스트 주가는 6월 23일 전날(3580원)보다 340원(9.5%)이 떨어진 3240원을 기록했고 24일에는 3165원까지 내려갔다. ‘창바이산 표기’ 파문으로 주가가 19일 동안 무려 27.24% 빠진 것이다.

최지웅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예인이 상품인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경우 언제든지 이슈에 의해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장기 전망은 좋더라도 언제든지 악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엔터주#중국 한류#엔터테인먼트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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