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한국 턱밑까지 온 중국 디자인경쟁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디자인 기업 베이징에만 2만개… 中정부도 “제조에서 창조로 전환”

이세형 기자
이세형 기자
“4, 5년 전만 해도 중국 출장을 가면 현지 대기업의 최고디자인책임자(CDO)나 임원들이 인맥을 동원해 ‘꼭 좀 만나서 조언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해왔습니다. 요즘은 한국보다 미국이나 유럽 디자인 전문가들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그만큼 디자인 역량이 올라갔고 자신감이 생겼다는 뜻이죠.”

국내 유명 디자인기관의 간부인 A 씨는 “중국 기업들의 디자인 역량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아직은 중국 제품이 한국 제품보다 덜 세련돼 보이지만 지금 추세라면 곧 차이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거세게 추격하듯 디자인에서도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28일부터 게재한 ‘신(新)디자인 경영’ 시리즈 취재 과정에서 만난 기업인과 전문가 상당수가 한국의 디자인 경쟁력이 지금은 중국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디자인 잠재력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에 따르면 베이징에는 디자인 관련 기업이 2만 개 이상 있다. 베이징 취업 인구의 3.8%인 약 25만 명이 디자인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에 두 번째 중국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기로 결정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이징은 세계 디자인 산업의 새로운 주요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상하이만으로는 중국시장과 소비자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베이징에도 디자인연구소를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20, 30대 젊은 디자인 인력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이나 유럽의 디자인 선진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다. 디자인 산업 육성에 대한 중앙정부의 의지도 강하다. 중국 국무원은 올해 초 ‘문화 창의 및 디자인 서비스와 관련 산업의 융합발전’이란 보고서에서 디자인 산업 등의 경쟁력을 높여 ‘제조’에서 ‘창조’로 경제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중국의 ‘기술 엔진’은 확실히 제 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중국은 ‘디자인 엔진’의 출력을 높이고 있다.

올해는 한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디자인 경영에 나선 지 15년이 되는 해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디자인혁명’을 선언하고 3년이 지난 1999년을 전후로 디자인경영이 대기업들 사이에서 본격 도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디자인 엔진 가동을 예의주시하며 한국 기업들의 디자인 역량을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세형·산업부 turtle@donga.com
#중국 기업#디자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