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대표이사만 되고 이사는 안된다?… 일부 대학 창업휴학제 ‘그림의 떡’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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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산업부
김호경·산업부
“창업휴학은 대표이사만 됩니다.”

최근 국내 명문대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이는 해당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 창업자 원모 씨(26). 그는 2011년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스타트업(신생 창업기업)을 지인들과 함께 설립하고 현재 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창업휴학 여부를 학교 측에 문의했다가 이런 대답을 들었다”며 “학교 측이 창업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업휴학제는 대학생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창업한 대학생에게 최대 2년까지 휴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 지난해 정부가 대학에 창업휴학제 도입을 적극 권장하면서 그동안 KAIST, 포스텍 등 일부 대학에서만 시행하던 창업휴학제가 크게 확산됐다. 현재 전국 20여 개 대학에서 창업휴학제를 도입했다. 학업과 창업을 병행하기 힘들기 때문에 창업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대학생이 적지 않았던 만큼 벤처업계에서도 창업휴학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일부 대학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정을 만들어 창업휴학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원 씨가 다니는 대학도 창업휴학 대상자를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의 대표’로 규정한다.

문제는 벤처기업 인증을 받으려면 평균 4년이 필요하다는 점. 창업 뒤 4년 동안 학업과 기업 운영을 병행하다 벤처기업 인증을 받고서야 창업휴학을 할 수 있다는 소리다. 게다가 같은 대학의 학생들이 공동 창업을 한다면 대표이사 1명만 창업휴학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창업에만 전념해도 그 기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창업휴학제는 대학생 창업자의 학업 부담을 덜어줘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내년 2월이면 창업휴학제를 도입한 대학은 90여 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모처럼 도입한 제도
가 창업 대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운용되기를 바란다.

김호경·산업부 whalefisher@donga.com
#경제카페#창업휴학제#벤처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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