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전기車 시대의 총아 배터리… ‘한국의 보쉬’ 탄생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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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기자
김창덕 기자
“지금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술 경쟁은 정보기술(IT) 업계의 경쟁 못지않게 치열합니다. 대부분 전기차는 한 번 충전으로 겨우 150km 안팎을 주행할 수 있지만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300∼400km는 가야 하기 때문이죠.”

2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만난 김정욱 삼성SDI 전무(자동차배터리 마케팅팀장)가 한 말이다. 삼성전자 출신인 김 전무는 전기차 배터리 경쟁을 황창규 KT 회장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던 시절 만들어낸 ‘황의 법칙’(메모리반도체 용량이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것)이나 TV업계에서 펼쳐진 액정표시장치(LCD) 크기 확대 경쟁 등에 비유했다.

전기차는 최근 전 세계 내로라하는 모터쇼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베이징 모터쇼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전기자동차 시장은 미국 테슬라와 독일 BMW가 선도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모델S’를 2만2477대나 팔면서 전기차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BMW의 전기차 전용 모델 ‘i3’는 지난해 11월 나온 뒤 1만 대가 넘는 선주문을 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은 이번 모터쇼에서 ‘쌍두마차’에 맞설 전기차 라인업을 일제히 공개했다.

전기차는 배터리 값이 완성차 가격의 40∼50%에 이르러 배터리 업체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국내 기업들에는 절호의 기회다. BMW에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이온전지를 납품하는 삼성SDI와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인 LG화학 등은 시장을 선점하는 데 일단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싸움은 지금부터다. 완성차 업체들은 빠르면 3, 4년 내에 같은 크기의 배터리 출력을 두 배 이상 높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규모 기술개발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퍼스트 무버’라는 자신감에 취해 있다간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경쟁사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기 힘들다. 전기차 시장에 가장 빨리 뛰어든 일본 미쓰비시와 닛산이 최근 테슬라와 BMW에 주도권을 뺏긴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보쉬와 콘티넨탈, 일본 덴소, 캐나다 마그나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막강한 기술력을 통해 내연기관 자동차시장의 강자로 군림해 왔다. 새롭게 열린 전기차 시장에서는 반드시 ‘한국의 보쉬’, ‘한국의 콘티넨탈’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베이징=김창덕 기자·산업부 drake007@donga.com
#전기자동차#전기자동차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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