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배달앱-상인 갈등… 소비자에겐 ‘불편’만 배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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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직접 전화주문땐 할인”… 주문방식 따라 가격-양 조절도
배달앱은 몸집 불리기에 골몰

서동일·산업부
서동일·산업부
“쿠폰 드릴 테니 앞으로는 전화로 직접 주문해주세요. 가게 문 닫아야 할 판이에요.”

직장인 김모 씨(27·여)는 최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치킨을 주문했다가 배달원에게 이런 부탁을 들었다. 배달 앱은 메뉴 사진을 보거나 다른 이용자들의 후기를 읽는 데만 사용하고 주문은 직접 전화로 해달라는 것이다. 배달원은 “10% 넘는 수수료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배달 앱 업체들의 높은 수수료와 영업 방식에 대한 영세상인들의 불만이 높다. 주문 건당 10∼18%씩 부과되는 수수료에 부담을 느낀 영세상인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일반전화 주문’을 유도한다. △전화 주문 시 추가 서비스 또는 쿠폰을 주거나 △주문 방식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부과하거나 양을 조절하고 △“배달 앱 이용하면 곧 가게 망한다”고 ‘협박(?)’도 한다.

그동안 배달 앱 업체들은 ‘배달 앱 업체의 성장→국내 배달시장 규모 확대→영세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 강조했다. 또 현재 수수료율도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배달 앱 업체 관계자는 “전단이나 라이터 같은 사은품을 돌리는 등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오프라인 마케팅 비용에 비하면 현재 수수료는 높은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세상인들의 주장은 딴판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54)는 “주문 건수는 같은데 수수료라는 지출만 늘어났다”며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젊은층에 한정돼 전단 등 오프라인 홍보도 그만둘 수 없어 홍보비가 이중으로 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배달 앱 업체들은 고객이 앱을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면 콜센터에서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재주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실상을 알게 된 소비자 중에는 “직접 전화 한 통 하는 수고를 덜겠다고 영세상인들에게 1000원 남짓한 돈을 내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는 이도 적잖다.

최근 배달 앱 업체들은 대대적인 TV 광고 등을 시작했다. 배달 앱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기 전에 영세상인들의 아우성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서동일·산업부 dong@donga.com
#배달앱#쿠폰#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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