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현장에서]적자에 증권사 감원 ‘칼바람’, 수익구조부터 바꿔야 훈풍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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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왔지만 증권가의 봄은 아직 멀었나봅니다. 지난해부터 증권가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삭풍이 잦아들기는커녕 올해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중소형사에서 시작한 구조조정이 이제는 대형사로 확대된 것입니다.

신수정·경제부
신수정·경제부
최근 김석 삼성증권 사장은 사내방송을 통해 직원들에게 어려운 경영 환경을 직접 설명했습니다. 김 사장은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회사 자체의 존립이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특단의 경영 효율화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삼성증권은 근속 3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30명의 임원 중 20%인 6명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임원 경비도 35%나 삭감하고 출장 시 임원의 이코노미석 탑승도 의무화했습니다.

우울한 구조조정 소식은 삼성뿐만이 아닙니다. NH농협증권과의 합병을 앞둔 우리투자증권과 매물로 나와 있는 현대증권, 대만 유안타증권으로의 피인수가 예정된 동양증권은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미 업계에서는 ‘수백 명을 자르기로 했다더라’ 같은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 62곳 중 45%인 28곳이 적자를 냈습니다. 증권사 전체 실적도 1098억 원 당기순손실입니다. 회계연도 기준으로 증권사들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2년 이후 11년 만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억대 연봉’을 자랑했던 증권사 임원들이 가장 먼저 여의도를 떠났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62개 증권사 임원(등기이사·비등기 임원·감사)은 총 968명으로 2012년 말(1071명)보다 9.61%(103명)나 줄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이 국내 증권사의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사람만 자른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주식 위탁매매에만 의존했던 수익구조를 어떻게 개편할지 절실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내 증권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증권사별로 차별화 없는 수익구조입니다. 거래가 줄어드니 다 같이 실적이 저조해지는 악순환에 빠진 겁니다. 증권사 내부에서도 이번 기회에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업무 등 수익원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증권업계가 ‘잔인한 봄’을 지나 초록이 풍성한 여름을 맞이하길 기대합니다.

신수정·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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