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산 안경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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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조사들 공세 거세고 中이어 동남아 업체 뛰어들어
가격-브랜드 경쟁력 모두 밀려… 안경사법 규제도 발전 걸림돌

한국 안경테 제조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1970년 중반 성장하기 시작한 안경 제조업은 199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20∼30% 성장한 수출 효자 산업이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값싼 중국 제품에 밀렸지만 2000년 이후 기술력을 높여 다시 수출이 느는 추세였다.

하지만 최근 위기가 다시 찾아왔다.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안경테 수출액은 1억7301만 달러(약 1834억 원)로 2010년 2억3117만 달러(2450억 원)에 비해 25% 정도 줄었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 인도 남미·아프리카 국가까지 이 분야에 뛰어들며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잃었고 고급 브랜드로 키울 역량은 모자라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반면 3년 사이 수입액은 2010년 2억4692만 달러(2617억 원)에서 2013년 2억6036만 달러(2760억 원)로 5%가량 늘었다. 래이밴 오클리 등의 브랜드를 가진 룩소티가(이탈리아)와 같은 글로벌 안경업체의 공세가 거세다.

국내 안경테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업체들의 영세함 때문이다. 국내 안경테 제조사의 85%가량(425개사)이 대구 지역에 몰려 있는데 종업원이 10명 미만인 곳(371개사)이 대부분이다. 신소재를 개발할 연구 인력이나 디자인·마케팅 등의 전문 인력이 모자라 자신의 브랜드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와 대구지역 안경테 제조업체들은 16∼1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대구국제안경전(DIOPS)을 준비하고 있지만 바이어들에게 선보일 ‘킬러 아이템’이 없어 고민이다. 3년 전까진 3D 입체 안경과 ‘TR90’ ‘울템’으로 불리는 신소재 안경테 등 새 아이템을 선보였지만 3D 안경은 이제 찾는 곳이 드물고, 신소재 안경도 중국에 밀리고 있다.

독특한 안경 유통구조가 산업 확장에 걸림돌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안경 소매를 담당하는 안경점을 안경사만 열 수 있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가 안경사를 고용해 자신만의 브랜드 매장을 가질 수 없는 구조다. 한 안경제조사 관계자는 “개당 몇백 원만 받고 안경 수백 개씩 납품하는 일이 많다”며 “안경사들이 이윤이 많이 남는 해외 안경테를 고객에게 추천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고영준 안경산업지원센터 본부장은 “중국, 인도 등 신시장의 수요 증가와 신소재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안경이 부각되면서 다시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기술력을 갖춰 글로벌화에 나서지 않으면 국내 안경 제조업이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안경테#안경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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