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25만명 채무조정… 1인당 573만원 탕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朴대통령 금융공약 1호 ‘국민행복기금’ 출범 1년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김철규(가명·56) 씨는 지난해 초만 해도 자포자기에 빠져 살아가던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 신세였다. 은행 빚 2000만 원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근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국민행복기금의 도움을 받아 부채 원금의 절반을 감면받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행복잡(job) 취업지원제도로 한 식품회사에 입사해 돈도 벌고 은행 거래까지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돈 갚으라는 독촉 전화를 받지 않는 게 무엇보다 좋다”고 말했다.

28일로 박근혜 대통령의 금융공약 1호인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한 지 1년이 된다. 국민행복기금은 지난해 2월 말 기준으로 1억 원 이하(원금 기준)의 빚을 6개월 이상 연체한 채무자에게 최대 50%까지 채무를 감면하고 최장 10년간 나눠 갚도록 한 제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은 출범 1년 만에 24만9000명의 채무조정을 지원했다. 공약 목표(5년간 30만 명 지원)를 웃도는 실적이다. 채무조정 수혜자의 평균 연소득은 456만 원, 평균 채무원금은 1108만 원이었다. 이 밖에 4만8000명에게 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연 10% 수준의 저금리로 바꿔 주는 전환대출인 ‘바꿔드림론’을 지원했다.

정부는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는 논란에도 국민행복기금이 저소득층의 재기를 돕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민행복기금 지원자 중 상당수가 병원비나 생활비를 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빚을 진 사람들”이라며 “어려운 이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월 40만 원도 벌지 못하는 극빈층의 과도한 부채는 국가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1021조 원으로 불어나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지원이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곳 이상의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1인당 평균 채무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말 9620만 원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전전하며 빚으로 빚을 돌려 막는 취약계층이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 일자리 확대와 소득 증대, 적극적 복지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돌려 막기’로 전전하는 채무불이행자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채무를 감면해주는 것과 동시에 취업, 창업 등 다양한 자활 지원을 상시적으로 병행해야 이들이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채무조정#국민행복기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