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정치권 무조건 ‘안된다’ 각부처는 눈치보기 바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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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 당시 협상대표 인터뷰

“당시엔 칠레 대표단과 싸우는 것보다 국내 정부 부처들을 설득하는 게 더 힘들었습니다. 정책 결정권자들은 정치권과 수많은 이익단체들 눈치를 보기에 바빴죠.”

이성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청교수(64·사진)는 2001∼2003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이끌던 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당시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으로 재임하면서 한-칠레 FTA 협상대표를 맡았다.

이 교수는 “모든 협상은 어느 한 부분을 양보하고 다른 부분을 취해야 하는데 정부 부처끼리 좀처럼 타협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촌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들은 무조건 ‘칠레산 농산물은 수입하면 안 된다’면서 협상단에 직간접적인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며 “아마 한-EU나 한미 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칠레 FTA 때 사회적으로 가장 이슈가 됐던 품목은 포도를 중심으로 한 과일이었다. ‘계절 관세’라는 묘안을 관철시켰음에도 정부와 협상단에 쏟아진 비난은 수그러들 줄 몰랐다. 이 교수는 “칠레 포도가 들어왔지만 국내 포도는 오히려 더 경쟁력이 높아졌다”며 “국내 농가 피해를 우려해 농산물 수입을 모두 막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협상일수록 포퓰리즘보다 냉철한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그것이 한-칠레 FTA가 남긴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칠레#FTA#이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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