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이긴 ‘사파리 경제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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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대표 캐릭터 키워라”… 500억 들여 수륙양용차 도입하고 사파리 리모델링… 관람객 15% 늘어 ‘제2의 전성기’

에버랜드가 4월 개장한 체험형 사파리 ‘로스트밸리’. 육지와 물을 자유롭게 오가는 수륙양용차를 타고 기린에게 먹이를 줄 수 있고 코뿔소와 치타 등 150여 마리의 초식, 육식 동물이 한공간에 서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에버랜드 제공
에버랜드가 4월 개장한 체험형 사파리 ‘로스트밸리’. 육지와 물을 자유롭게 오가는 수륙양용차를 타고 기린에게 먹이를 줄 수 있고 코뿔소와 치타 등 150여 마리의 초식, 육식 동물이 한공간에 서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에버랜드 제공
2011년 9월 에버랜드는 비밀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기존 ‘초식 사파리’를 폐쇄하고 이 공간을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사파리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었다. 극심한 불황이라지만 회사는 과감하게 500억 원을 투자했고 19개월 만인 올해 4월 그 결과물인 ‘로스트밸리’가 문을 열었다.

로스트밸리는 수륙양용차를 타고 육지와 물을 오가며 동물들을 구경하는 것이 콘셉트다. 개장을 앞두고 에버랜드는 영국의 전문 업체에 대당 10억 원을 주고 수륙양용차 7대를 주문했다. ‘매직 스쿨버스’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한꺼번에 40명이 탈 수 있다. 4만1000m² 규모의 사파리 내부 디자인은 독일의 함부르크 동물원과 베를린 동물원을 설계한 동물원 디자인업체 ‘댄 퍼먼’에 맡겼다. ‘전설 속 동물들의 낙원인 로스트밸리로 떠나는 탐험’이라는 주제로 설계된 사파리에 들어서면 12분 30초 동안 물과 땅을 오르내리며 동물 150여 마리를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

회사 안팎에서는 ‘그래봤자 동물원인데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큰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에버랜드가 사파리에 ‘통 큰 투자’를 한 데는 이유가 있다. 회사 측은 “에버랜드에는 디즈니랜드의 미키마우스 같은 대표 캐릭터가 없기 때문에 동물원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세웠다”며 “로스트밸리와 연관된 간식거리와 기념품 등 특화 상품 수익도 클 것으로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의 모험은 성공했다. 1일까지 로스트밸리를 찾은 관람객은 총 51만 명. 주말에는 1만 명, 주중에도 평균 8000명이 이곳을 찾는다. 로스트밸리를 탐험하려면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성인 기준 4만4000원)을 사야 해 에버랜드 전체 입장객도 크게 늘었다. 로스트밸리 개장 이후 에버랜드를 찾은 관람객 수는 과거 3년 평균보다 15% 증가했고 에버랜드를 방문한 입장객 4명 중 1명은 로스트밸리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버랜드는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조만간 수륙양용차 3대를 추가로 구입하기로 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기대 이상의 호응에 과감한 투자를 한 보람이 있다”며 “로스트밸리의 성공으로 제2의 에버랜드 전성기를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동물원은 중국 및 동남아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다. 지난해 에버랜드를 찾은 외국인은 총 75만 명으로 전체 관람객의 10% 이상을 차지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국인 관광객 전문 여행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관광 실태조사에서도 에버랜드는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 ‘톱10’에 들었다. 에버랜드 측은 “2008년 한중 수교 15주년을 기념해 베이징 동물원에서 데려온 중국의 1급 보호동물인 황금원숭이를 찾는 중국인이 많다”고 전했다.

입장객이 크게 늘면서 나름대로 고민도 생겼다. 주말이면 3시간 넘게 이어지는 대기 줄이다. 놀이시설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기다리는 시간이 1시간을 넘으면 관람객은 지루함을 느끼게 되고 만족도는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이 지루함을 없애는 것이 재방문율을 높이는 관건이다.

로스트밸리는 입구부터 차량 탑승구까지 900m가량 이어지는 대기 동선을 하나의 동물원으로 꾸몄다. 입구에 들어서면 200년 된 고사목이 남아프리카 밀림의 음습한 분위기를 풍긴다. 미로처럼 꼬인 대기 동선 사이사이에는 바위너구리, 포큐파인, 알다브라 육지거북 등 순하고 귀여운 동물 9종 100여 마리가 배치돼 있다. 관람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하기 위한 것이다.

대기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주말에는 에버랜드 밴드가 줄을 따라다니며 즉석 거리공연과 마술공연을 펼친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것도 줄을 분산시키는 방법 중 하나다. 에버랜드 곳곳에는 놀이기구별 실시간 탑승 대기시간을 알려주는 대형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로스트밸리뿐만 아니라 ‘T익스프레스’ 등 인기 시설별 대기시간을 알려줘 자연스럽게 관람객 분산을 유도한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도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에버랜드#사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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