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매출 10조원… “몸집 커졌지만 미래는 쪼그라들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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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산업 규제로 움츠러든 전공 학생들

“게임문화 양성화해야 게임중독 예방” 18일 경기 이천시 청강문화산업대에서 만난 게임전공 학생들은 “게임문화를 양성화하는 것이 게임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천=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게임문화 양성화해야 게임중독 예방” 18일 경기 이천시 청강문화산업대에서 만난 게임전공 학생들은 “게임문화를 양성화하는 것이 게임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천=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삼수까지 해서 어린 시절 꿈인 게임콘텐츠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게임이 종합예술이자 정보기술(IT)산업의 꽃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어디 가서 말도 못 꺼냅니다.”(상명대 1학년 한동준 씨)

청소년의 야간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셧다운제’ 확대, 게임중독 치유기금 강제 징수 등 게임 관련 규제가 강화될 움직임을 보이자 국내 게임업계가 잔뜩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게임업체들보다 마음고생이 심한 것은 ‘한국의 대표 문화 콘텐츠’라는 장밋빛 전망을 좇아 게임을 전공으로 택한 학생들이다.

국내 대학 게임학과는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 온라인게임이 IT산업의 대표 수익모델로 떠오르자 1990년대 후반 생겨나기 시작해 지금은 80여 개 대학과 전문교육기관에 게임 관련 학과가 개설됐다.

10여 년간 게임학과가 배출한 인재들은 국내 게임산업이 지난해 총 10조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급성장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게임은 우리나라의 지난해 전체 콘텐츠 수출 48억 달러(약 5조 원) 중 27억 달러를 맡을 만큼 미래 창조산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게임전공 학생들의 고민과 불만은 2011년 셧다운제 도입 등 규제가 생기면서 고조되기 시작했다. 상명대와 청강문화산업대 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대다수 재학생들은 “게임학과가 처음 생겼을 때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각종 사회적 편견과 제약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됐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청강대 3학년 김태수 씨(24)는 “대학에 원서를 넣자마자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들도 ‘대학까지 가서 게임하고 싶냐’고 비난했다”라면서도 “하지만 게임 안에서 시나리오, 디자인, 캐릭터 등의 인문과학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고민은 사회의 편견뿐만 아니라 취업 가능성, 해외 진출,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청강대 졸업을 앞둔 강성원 씨(26)는 “입학 당시 조그마한 벤처기업 수준이었던 게임 업체들이 지금은 규모가 급성장했지만 미래 비전은 오히려 약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국내 업체 취업을 원하지만 중국 일본 등 해외 취업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게임산업 규제는 최대의 고민이자 불만의 대상이었다. 청강대 3학년 양동원 씨(24)는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에는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가 없느냐’고 관심을 보여 기대를 걸었지만 정권 말기에는 정반대 상황이 됐다”고 한탄했다. 그는 “셧다운제 같은 규제는 청소년들의 주민등록번호 도용(盜用)을 부채질할 뿐”이라며 “학교와 가정이 게임을 양지로 이끌어내 게임의 교육적 효과를 활용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국내 온라인게임이 각종 규제 탓에 해외 업체들에 추월당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상명대 신입생 손명균 씨(19)는 “정부가 게임을 규제한다고 해서 게임이 사라질 것도 아닌데, 이왕이면 한국적 문화와 정서를 담은 게임이 세계로 뻗어나가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게임은 게이머의 사회성을 고양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재미있는 게임일수록 친구들과의 공동 목표를 추구하는 ‘팀플레이’가 강조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청강대의 한 신입생은 심리검사 때 ‘자살위험도’가 90점에 육박했지만 입학 후 동료들과 함께 작업하며 평정심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입학 당시 게임에 반대하던 부모가 이제는 애니팡에 재미 들이는 모습에 극적인 화해를 했다는 학생도 있었다.

안팎으로 힘겨운 상황이지만 게임 공부를 그만두겠다는 학생은 없었다.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역사, 지식 등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라거나 “스포츠를 좋아하기 때문에 멋진 야구 게임을 만들겠다”란 꿈을 내비쳤다.

김태수 씨는 “우리 세대는 게임과 함께 자라났고, 게임을 사랑해서 이 학과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마치 만화를 그리거나 소설을 쓰는 것처럼 ‘게임’은 우리 세대의 꿈을 실현하는 중요한 업(業)이 됐다”고 말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조재환 인턴기자 연세대 국제관계학과 4학년
#게임산업#게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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