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재미-활력 불어 넣는게 진짜 도시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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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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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시계획가협회 초대회장 여홍구 교수

“땅에 선을 긋고 도로를 놓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그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참여해서 새로운 생각을 담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짜 ‘도시계획’입니다.”

여홍구 한양대 명예교수(67·도시공학·사진)는 최근 서울 성동구 왕십리 한양대 과학기술관에서 기자와 만나 도시계획을 이렇게 정의했다. 여 교수는 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열린 ‘한국도시계획가협회’ 창립총회에서 초대 협회장으로 선출됐다.

사전에서 ‘도시계획’의 뜻을 찾아보면 ‘도시생활에 필요한 교통·주택·위생 따위에 관한 주민의 복리를 증진하고 공공의 안녕을 유지하도록 능률적·효과적으로 공간을 배치하는 계획’이라고 돼 있다. 경제가 성장할 때는 사전적 의미처럼 단순히 구획을 나누고 건물을 짓는 것을 도시계획으로 여겼다. 하지만 여 교수는 올 한 해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달라졌으니 도시계획도 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 교수는 “홍대 거리, 가로수길처럼 재미와 활력이 넘쳐 사람들이 모여들고 저절로 상권이 발달할 만한 장소가 한국에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도시계획가협회도 도시의 문화적 기초를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여 교수는 미국 뉴욕의 항만지구를 모범적인 도시계획 사례로 꼽았다. 도시 항만의 기능이 줄어들자 남아도는 물류창고를 미술가들에게 공짜로 빌려준 것이 시작이었다. 미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드니 그림 장사를 하는 화상((화,획)商)들이 찾아들었고 음식점도 생겨났다. 쇠퇴해가던 항만이 사람이 북적거리는 도시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여 교수는 “국내에도 조선시대 서민들이 종로를 지나는 고관들의 말을 피해 다니던 길이라는 뜻의 ‘피맛골’, 대규모 개발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은 ‘용산공원’ 등 도시계획가들이 개발방향에 대해 논의해야 할 공간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도시계획가협회는 도시 전통공간, 한옥마을, 도시생태 등 약 30개의 연구 분과를 두고 한국의 도시계획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종교단체나 대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제안활동도 할 예정이다. 내년 2월 ‘도시계획가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도 연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여홍구#도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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