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중재자 ‘으쓱’… 원전사태로 ‘가시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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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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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우 지경부장관 취임 1주년 공과

홍석우 장관은 대형마트-중소상인 갈등 해결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동아일보DB
홍석우 장관은 대형마트-중소상인 갈등 해결 등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동아일보DB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18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는 지난해 9·15 정전사태로 어수선했던 내부조직을 다독이며 대-중소기업 상생, 대형마트-중소상인 갈등 해소 등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잇따른 원자력발전소 고장과 미(未)검증 부품 납품 비리로 이어진 원전사태의 여파가 워낙 크고 ‘제2의 전력대란’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가시방석에 앉은 듯 편치 않은 모양새다.

홍 장관은 정전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최중경 전 장관의 뒤를 이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2003년 12월∼2006년 2월) 이후 5년 만에 내부 출신으로 수장(首長)에 오른 만큼 내부의 기대가 컸다. 강제휴무,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마찰을 빚던 대형마트와 중소상인 간에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유통발전산업협의회를 구성해 자율적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지난 1년 중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다른 경제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초과이익공유제 등을 두고 동반성장위원회와 날선 공방을 겪었던 최 전 장관 때와 달리 홍 장관이 갈등을 최소화하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성과들은 ‘원전 사태’로 빛이 바랬다. 올해로 상업운전 30년을 맞은 월성원전 1호기가 1월 원자로냉각재 펌프가 멈추면서 자동정지된 것을 시작으로 주요 원전이 이런저런 이유로 잇따라 가동이 중단돼 국민들의 불안이 커졌다.

이어 고리원전 1호기 고장 은폐, 원전 직원의 상습 마약투약, 미검증 부품 사용에 따른 영광원전 가동 중단 등의 사건 사고가 줄줄이 터지면서 홍 장관은 여러 차례 고개를 숙여야 했다. 홍 장관은 “명예와 직을 걸고 원전에 대해 일부러 감추거나 거짓말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공언하며 상황을 반전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원전에 대한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잇따른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 공급이 줄면서 올겨울 ‘블랙아웃(대정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홍 장관의 아킬레스건이다. 게다가 주요 대선주자가 내세우는 ‘정보통신부 부활’ ‘중소기업부 신설’ 등 정부 조직개편 공약은 지경부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홍 장관은 취임 1주년을 기념한 별도의 행사나 간담회를 잡지 않았다. 홍 장관은 17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중견기업 정책과 동반성장 정책을 나름대로 발전시키고 부각하려 노력한 게 기억 난다”면서도 “원전이 멈출 때마다 속을 끓인 기억은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밝혔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홍석우#지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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