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지금이 제2 벤처붐?… 허상일 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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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대출 등 정책지원 90%… 투자유지 순수벤처는 2.5%

벤처기업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과 같은 ‘벤처 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정부의 벤처기업 지원제도가 자칫 벤처기업의 혜택만 누리려는 기업들에 남용될 우려가 있어 철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김기완 연구위원이 내놓은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성장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2010년 말 현재 정부가 벤처로 인증한 기업은 2만4645개로 2005년(9732개)보다 1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1998년부터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벤처특별법)’을 시행해 벤처로 선정된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유형별로 보면 벤처캐피털이나 ‘에인절 투자자’로부터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투자를 유지한 순수한 의미의 ‘벤처투자기업’은 전체의 2.5%(622개)에 불과했다. 대신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기술력을 인정한 중소기업을 뜻하는 ‘기술평가 보증·대출’기업이 90.6%(2만2321개)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기술평가 보증·대출 기업’도 벤처기업 범주에 포함해 같이 지원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벤처기업이 급증한 것은 벤처캐피털이 활성화된 결과라기보다 정책적 지원대상인 ‘기술평가 보증·대출 기업’의 벤처 인증 사례가 급증한 결과”라며 “‘제2의 벤처 붐’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벤처기업의 수는 크게 늘었지만 벤처기업의 성장은 후퇴하고 있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2005년 405개로 정점을 찍었던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 수는 2010년 295개(1.2%)로 오히려 줄었다. 코스닥 상장확률은 벤처투자기업이 기술평가 보증·대출 기업보다 약 27.0%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10년 이상 벤처기업에 머무르는 기업도 1309개(2.7%)나 됐다. 벤처기업 지위를 유지하면 정부의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지만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의 벤처지원제도가 남용되는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고 모험적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벤처캐피털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벤처기업#벤처붐#한국개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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