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사람들은 왜, 중용보다 극단적 주장에 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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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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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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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에 흔히 등장하는 장면 하나를 떠올려 보자. 적에게 쫓기던 검객이 몸을 숨기려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건물 안에 두 개의 문이 있다. 검객은 한쪽 문을 잠그고 반대쪽 문 옆에 서서 적을 한 칼에 베어 버릴 자세를 취한다. 과연 이 검객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검객은 완벽한 방어를 취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이보다 복잡하다. 적들이 지붕을 뜯고 들어올 수도 있고 벽이 허무하게 무너질 수도 있다.

기업의 경영 환경도 이와 비슷하다. 문제를 1차원적으로 단순화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검객처럼 경영자가 의사결정을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경영자가 상황을 매우 단순하게 바라보며 극단적 주장을 쉽게 받아들인다. 극단적 사고의 폐해를 소개한 DBR 114호(10월 1일자)의 글을 요약한다.

○ 최선과 극단의 차이

한국인들은 정치적으로나 일상생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조선시대의 오랜 당쟁과 6·25전쟁이라는 비극을 거치면서 터득한 생존 전략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온건파를 자처하거나 확실하게 어느 한편에 서지 않고 중간을 선택한 사람들은 어느 한쪽이 득세를 했을 때 희생을 당하곤 했다. 따라서 50%의 확률로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어느 한쪽에 서는 게 더 바람직했다. 그럴듯한 분석이다.

극단주의는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대혁명 시기에 극단주의가 판을 쳤다. 혁명을 주도한 로베스피에르는 혁명의 이상을 부르짖으며 반대파를 단두대로 보냈다. 그가 집권한 몇 년 동안 단두대에서 죽어 간 이들만 1만7000여 명이었다. 결국 로베스피에르도 반대파의 반란으로 체포돼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후 프랑스에서는 또 다른 극단적 형태의 전제군주제가 부활했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도 극단주의가 횡행한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의 캐스 선스타인 교수는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라는 책에서 그 답을 제시한다. 극단적 주장은 단순해서 논지를 펴기 쉽다. 게다가 생각이 같은 집단 속에서 사람들은 더 극단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동조자를 만나면 기쁘고 반대자를 만나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또 현실은 복잡하고 어렵다. 내용을 다 이해했더라도 이를 모두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결론에 대해서만 사람들의 동조를 이끌어 내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복잡하게 말하면 “그래서 어쩌라고” 같은 반응이 나오기 십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런 변수, 저런 조건 다 빼고 결론을 합리화할 가장 쉬운 길을 찾는다. 한 가지 척도, 한 가지 변수로만 답을 찾고 나머지 변수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답은 극단에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극단주의는 정신적인 유약함과 나태함의 산물이다.

○ 기업도 극단주의를 경계하라


기업이 단기 이익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태도도 일종의 극단주의다. 기업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 단기적 이익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척도다. 단기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종업원의 급여와 복리후생비를 최대한 줄이고 교육훈련비를 없애며 공급업체를 쥐어짜면 된다. 이렇게 하면 단기 이익은 분명히 좋아진다. 하지만 우수한 직원이 회사를 떠나고 공급 업체도 다른 기업을 찾아 나설 것이다. 결국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이 어려워진다.

극단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이들은 사실 유약하고 나태하다. 이런 약점을 감추기 위해 극단적 주장을 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복잡한 현실적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최선의 대안을 제시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나지막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이야말로 용기 있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경영자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정현천 SK에너지 상무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4호(2012년 10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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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행복하면 기업도 건강하다. 하버드대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며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직원들보다 성과가 높을 뿐 아니라 몸이 아파 병원을 찾는 일도 적었다. 이를 깨달은 선진 기업들은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에 입사한 한 사원이 출근 둘째 날 복잡한 오류를 해결할 방법을 발견했다. 이를 윗사람에게 보고했더니 제품 부문 부사장은 웃으며 “자네가 직접 해결방안을 공개하라”라고 말했다. 그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수백만 명의 사용자에게 즉시 공개될 해결방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고 기뻐 회사 게시판에 이런 사실을 알렸다. 이런 회사는 나날이 발전할 것이다. 페이스북처럼 직원들에게 활력과 자존감을 불어넣는 조직들의 특징을 소개한다.
#경영#극단적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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