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이렇습니다]철도경쟁체제 도입, 8개월 넘도록 지지부진한 까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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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반발 거세고 부처 내부 혼선 겹쳐
사업자 선정 공고문 못내… 건설업체 “사업성 없다” 발빼

8개월 넘게 결론이 나지 않는 정부 정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수서발 고속철도(KTX)에 새로운 민간 사업자를 투입하겠다는 ‘철도 경쟁체제’ 시행 방안입니다.

국토해양부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노선을 대상으로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한 문장을 넣었습니다. 이제까지 철도는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단독 운영체제였는데, 여기에 민간 회사가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뜻입니다.

만약 이 방안이 시행되면 2015년부터 민간 사업자가 서울 수서역을 기점으로 전국 각지에 KTX 운행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국토부 측은 “국민들이 서울역을 기점으로 한 코레일 철도와 민간 철도를 비교해 더 나은 조건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경쟁체제 도입 목적”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정부 계획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부는 당초 상반기 새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9월에 접어든 현재에도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고문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쟁체제 도입을 민영화라고 여긴 시민단체의 반발에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김한영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이 “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추진 동력을 잃은 만큼 보류한다”고 밝혔다가 곧이어 권도엽 장관 등이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말하는 등 부처 내부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정작 사업을 운영할 ‘후보’로 떠오르는 건설사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라면 사업할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2월에 발표한 국토부의 철도 경쟁체제 사업제안요청서(RFP) 초안에 따르면 새로 철도 운영을 맡게 될 회사는 철도 운임을 기존 KTX보다 최소한 10% 낮춰야 할 뿐 아니라 선로 임대료도 코레일에 비해 10%가량 늘어납니다. 국토부가 “비판 여론이 클 뿐 아니라 사업성도 없다”는 사업 후보업체 달래기 역시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철도경쟁체제#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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