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롯데 품에?… 유통 빅뱅 예고

  • 동아일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성사땐 이마트의 맞수로

사모(私募)펀드인 MBK파트너스가 가져가는 듯했던 하이마트가 결국 롯데의 품에 안길 가능성이 커졌다.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힌 MBK파트너스 대신 롯데쇼핑이 하이마트 우선협상대상자가 됐기 때문이다.

롯데가 가전양판점 1위 업체인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대형마트를 포함한 유통업계 지형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은 4일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유진기업과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에이치아이컨소시엄의 하이마트 지분 62.25%를 인수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하이마트 대주주와 MBK파트너스의 협상이 불발된 지 불과 이틀 만에 롯데가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이다.

유통업계는 MBK파트너스와 달리 롯데는 하이마트 최종인수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백화점의 실적 부진과 대형마트, 대기업슈퍼마켓(SSM) 영업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로서는 영업이익률 20%가 넘는 가전양판점 사업은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가 제시한 인수가격도 이에 앞서 MBK파트너스가 써낸 금액과 비슷한 1조2000억 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기존 유통업계의 순위는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하이마트는 체험형 가전매장 ‘디지털파크’를 운영해온 롯데마트와 합쳐질 가능성이 높은데 대형마트업계 3위인 롯데마트의 국내외 매출 9조7800억 원(이하 지난해 기준)에 하이마트의 지난해 매출 3조4500억 원을 더하면 ‘통합 롯데마트’의 매출은 13조2000억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는 대형마트업계 2위인 홈플러스의 매출 11조5000억 원보다 1조7000억 원 이상 많고, 1위인 이마트(13조8000억 원)에 비하면 불과 6000억 원 적다. 대형마트들의 매출이 영업규제로 올해 10% 안팎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롯데마트가 업계 1위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올해 초 ‘반값 TV’ 경쟁으로 불붙은 유통업계의 가전제품 가격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로 전국적으로 400곳 이상의 점포를 확보하면 가전업계와의 납품가격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라이벌 신세계는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에 대해 “조금 더 지켜보자”며 신중한 모습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달 초 인수를 포기했던 가전양판점업계 4위 업체 전자랜드 인수작업을 재개할 가능성에 대해 “사업성을 충분히 검토해 내린 결론인 만큼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하더라도 기존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하이마트#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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