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hampion]‘국민 연료’ 넘어 ‘글로벌 톱’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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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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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가스-에어로졸 생산 태양산업 현창수 사장
15년전부터 日에 밸브장비 역수출

현창수 태양산업 사장이 세계 1위 부탄가스 ‘썬연료’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태양산업에 입사한 그는 영업, 공장 등을 두루 거친 현장 전문가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현창수 태양산업 사장이 세계 1위 부탄가스 ‘썬연료’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태양산업에 입사한 그는 영업, 공장 등을 두루 거친 현장 전문가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약 2년 전 라디오에서 소개된 사연이다.

한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졸고 있던 학생을 깨워 앞으로 불러냈다. 벌로 노래를 부르게 했다. 그 학생은 “조강지처가 좋더라, 썬연료가 좋더라. 친구는 오랜 친구 죽마고우, 국민연료 썬연료”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는 부탄가스 ‘썬연료’ 생산업체 태양산업이 약 3년 전부터 라디오에서 내보내던 광고 노래다. 구성진 노래로 청취자들에게 익숙한 태양산업은 부탄가스 생산 세계 1위 업체다.

태양산업은 1961년 고 현진국 창업주가 세운 라이터 기름 제조회사인 승일공업사가 모태다. 종합 제관회사로 성장한 승일은 1989년 부탄가스·에어로졸 부문 일부를 떼어내 태양산업을 설립했다. 태양산업은 계열사인 세안산업과 합쳐 썬연료로 국내 부탄가스 시장의 70%, 세계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태양산업 본사에서 기자를 만난 현창수 사장(55)은 “새로운 50년을 지나 ‘100년 기업’을 향해 세계 최고의 부탄가스·에어로졸 전문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양산업의 작년 매출액은 1686억 원, 올해 목표는 1900억 원이다.

○ 올림픽, 외환위기…경제 굴곡 따라 자랐다

1970년대 현 창업주는 한국의 경제 수준이 성장하면 야외 활동이 많아질 것이고 자연히 부탄가스의 사용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본 3대 밸브 회사인 마루이치로부터 가스 밸브 제조 기술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1978년 썬연료를 출시했다.

국내 부탄가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다. 프로판가스를 사용하던 식당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밀려오자 별도의 배관 공사가 필요 없는 부탄가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 사장은 “당시 부탄가스 판매량이 1년 만에 50% 늘었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시절엔 오히려 호황을 누렸다. 명예퇴직한 직장인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들면서다. 현 사장은 “1998년 국내 부탄가스 시장 규모는 연 3억 캔으로 현재 약 2억2000캔보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 中·日·美 공략…수출 1억 달러 목표

과거 부탄가스는 중산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난로나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쓰이는 서민제품이다. 원자재 값은 오르는데 가격을 올리긴 어렵다. 태양산업은 해답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태양산업이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것은 1995년 일본에서 한신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다. 현 사장은 “당시 한국산 부탄가스는 1캔에 500원 정도로 일본 제품 가격의 6분의 1 수준이었던 반면 기술은 뒤처지지 않아 인기였다”고 말했다. 태양산업은 약 15년 전부터 기술을 전수받았던 마루이치에 밸브 제조 장비를 역수출하고 있다. 현 사장은 “내년에 일본에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성장이 기대되는 지역은 중국이다. 태양산업은 2004년 중국 청두(成都)에 생산 법인을 설립했다. 현 사장은 “중국 시장 규모는 국내의 10분의 1 정도지만 경제 성장을 감안하면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며 “올해 중국 시장에서 작년보다 25% 많은 1500만 캔을 파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미국 시장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양산업은 일본 상사 이와타니와 함께 미국에서 합작법인을 운영해 왔지만 3월 이와타니의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현 사장은 “유럽, 중동, 동남아, 홍콩, 대만 등에도 수출을 확대해 수출액을 작년 85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태양산업, 세안산업, 승일 총계 기준)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 기술과 안전성으로 ‘No. 1’ 목표

최근 부탄가스 업계의 화두는 ‘안전’이다. 크고 작은 폭발 사고가 이어지면서다. 현 사장은 “가스통에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 자동으로 공기를 분출해내 폭발 위험을 줄여주는 밸브를 부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내년이면 테스트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 태양산업은 연료전지를 개발 중인 KAIST 학내 벤처회사에 약 3년 전부터 지분을 약 10% 투자한 상태다. 생활용품을 유통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현 사장은 “2006년부터 부탄가스 1캔을 팔면 1원을 적립해 동남아 빈민촌에 학교를 지어주는 사업을 ‘세이브 더 칠드런’과 진행하고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부탄가스#에어로졸#태양산업#현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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