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묘약’ 1000억 시장 빗장 풀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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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CJ제일제당 등 국내 제약회사들이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와의 특허소송에서 5월 30일 승소하자 제약업계가 한껏 고무됐다. 그동안 시판허가를 받아놓고도 거액을 배상할 것이 두려워 제품 내놓기를 미룬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복제약 출시가 본격화하며 ‘발기부전치료제 대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비아그라의 주 성분인 실데나필에 대한 물질특허가 지난달 17일 만료되자 기다렸다는 듯 ‘포스트(post) 비아그라’ 제품을 쏟아냈다.

하지만 비아그라를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는 물질특허는 끝났지만 이 성분을 발기부전치료제로 사용하는 ‘용도특허’는 2014년까지 남아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국내 제약사들이 특허심판원에 부당하다며 소송을 낸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18개 제약회사가 총 33개의 비아그라 복제약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 판매허가를 받았다. 이미 복제약을 내놓은 제약사도 한미약품, CJ제일제당, 서울제약 등 6곳에 이른다. 동화약품(헤카테정), 삼아제약(비아신세립), 일동제약(스피텐세립)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내 상위권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1심에서 승소한 만큼 3심까지도 문제없다고 본다. 앞으로 업그레이드된 제품도 선보이고 더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소송까지 감수하며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1034억 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발기부전치료제 특성상 드러나지 않는 ‘블랙마켓’까지 감안하면 시장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값싼 복제약을 선보이면 고가의 정품이 부담스러워 블랙마켓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을 대거 끌어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복제약 가격은 비아그라의 3분의 1 수준이다. 물론 복제약도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한국인의 특성에 맞춘 ‘개량형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붙잡는 데도 한창이다. 대웅제약의 ‘누리그라’는 한 알을 두 개로 쪼개 복용하는 일부 소비자를 고려해 알약 한가운데에 ‘분할선’을 만들었다. 푸른색 알약이 발기부전치료제의 상징이라 ‘집에 두기 민망하다’는 남성 소비자들의 귀띔에 색깔도 초록색으로 바꿨다. 이 회사는 이 기세를 몰아 올해 말에는 씹어 먹는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약국에서 파는 비아그라 가격은 100mg 한 알에 1만4000∼1만5000원 선인데 50mg짜리는 1만1000∼1만3000원이다. 이 때문에 비아그라 100mg짜리 알약 하나를 사 반으로 쪼개 복용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한미약품의 ‘팔팔’은 이를 감안해 ‘착한 가격’을 앞세웠다. 50mg짜리 알약 2개 값(한 알에 2500원)과 100mg 알약 1개(5000원) 값을 동일하게 책정한 것이다.

알약 외에 다양한 형태의 제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삼진제약은 알약과 가루약 두 가지 형태의 ‘해피그라’를 선보였는데, 가루 제품은 5초 내에 입에서 녹아 흡수가 잘되고 박하 맛이 난다. 서울제약도 녹여먹는 필름형 치료제 ‘불티스’를 선보였다.

한편 한국화이자제약은 “특허심판원의 1심 패소 판결에 대해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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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사랑의 묘약#비아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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