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5000억 달러]제2의 건설부흥기, 양적 확장에서 질적 도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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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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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협회 최재덕 회장 인터뷰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이제는 해외건설의 질적인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해외 플랜트 사업을 중심으로 ‘제2의 중동 붐’이 일면서 최재덕 해외건설협회장(사진)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2월 취임 이후 정부와 건설업계 간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전방위로 수주 지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다시 찾아온 기회를 잘 활용하면서도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5000억 달러 시대를 맞아 새로운 방향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해외건설협회에서 최 회장을 만나 우리 해외건설의 전망과 나아갈 길을 들어봤다.》
―해외건설이 최근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수주 전망은 어떤가.


“올해 수주액은 18일 현재 107억 달러, 상반기에는 25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가 불안하기는 하지만 이미 사실상 수주해 놓은 물량도 많아 하반기에 차질 없이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건설은 2005년부터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최근 5년간 매년 540억 달러 정도를 수주하면서 2700억 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이는 우리나라가 1965년에 태국에 처음 진출한 이래 47년간 올린 약 4800억 달러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2005년 이전까지 50억 달러 수준이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340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중순이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5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5000억 달러 달성을 계기로 우리도 양적 확장에서 질적인 도약을 한번 고민해봐야 한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외건설의 질적 도약을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은….

“올해 들어서만 대통령이 주재하는 해외건설 관련 비상경제대책회의가 두 번 열렸다. 여기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된 것이 인력과 금융이다. 해외건설 현장에 올해만 22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며, 2015년까지 1만4000명의 인력이 더 공급돼야 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특히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플랜트 분야에서 고급 인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상태다. 토목 출신들이 회사에 들어와 플랜트 업무를 배워 현장에 나가는 현실이다. 현재 협회 등에서 속성교육을 통해 인력을 배출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대학의 전공학과 등에서 전문 인력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

금융도 해결과제다. 최근에는 자금 조달이 해외수주에서 가장 큰 경쟁력이 되고 있다. 대기업은 국내 지원에 안주하지 말고 금융기법을 개발해 해외에서 돈을 끌어와야 한다. 중소기업은 보증이 문제다. 좋은 프로젝트를 잡아오더라도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 추진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은 정부와 협회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인력과 자금 확보를 위한 협회의 노력은….

“우선 단기적으로는 고급인력을 속성으로라도 많이 배출해 현장에 공급해야 한다. 현재 해외건설협회, 건설기술연구원, 직업훈련원, 플랜트협회 등 네 곳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 658명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2405명을 배출했고 올해는 36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2007년에 전체 중동 진출 인력이 6000명에서 현재 1만6000명으로 늘었다. 2008∼2011년 교육시킨 인원이 7000여 명이니 협회 등에서 배출한 인원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금융에서도 협회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산업은행 등 기존 금융기구를 활용하되 금융권에서 할 수 없는 프로젝트 평가·심사 업무를 협회에서 보완하고 있다. 해외수주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를 하면서 중소업체에 전반적으로 컨설팅도 해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소업체의 자금 조달을 위한 해외전담금융기구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인프라펀드는 현재 4000억 원이 조성돼 있고 2조 원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은 확실한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해 파키스탄 파트린드 수력발전 사업 등 3개 사업에 투자했고 올해도 2, 3건에 대해 투자를 검토할 예정이다.”

―해외건설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은….

“단순히 수주액을 높이는 것보다 실제로 외화를 국내로 얼마나 들여오느냐가 중요하다. 2008년 이후 외화가득률은 20∼25% 수준인데 앞으로 더 높여야 한다. 외화가득 증대를 위해서는 전체 공사비중 50∼60%를 차지하는 장비비와 자재비의 국내비중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국산 기자재의 품질을 높이고 해외발주처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 전체 인건비의 20% 미만에 그치고 있는 국내 인건비 비중도 높여 나가야 한다.”

최 회장은 20일부터 베트남과 인도를 방문 중이다. 베트남은 우리 중소기업들이 투자사업에 많이 진출했다가 최근 주춤한 지역이다. 인도는 5개년 계획으로 물량이 늘면서 중동에 필적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 회장은 해외 현장을 둘러보면서 우리 해외건설의 미래를 고민해볼 생각이다. 최 회장은 “남미 등 지역적 신시장, 플랜트를 제외한 공종의 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며 “현재 중동 붐에 안주하지 말고 미리미리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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