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Champion]김문겸 호민관이 꼽은 우량中企 ‘한국킹유전자’ 지경운 대표

  • Array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대기업 ‘엘리트 미래’ 포기… 전자칠판 개발에 다걸기
100억 M&A제의도 거부

《 “은행 대출 담당자들이 현장에도 와보지 않고 무조건 부채비율만 따지니 답답할 따름입니다.”(지경운 한국킹유전자 대표) “중소기업 성장성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금융권에 여러분의 애로사항을 잘 전달하겠습니다.”(김문겸 중소기업 호민관) 8일 경기 포천시 소흘읍 한국킹유전자 본사를 찾은 김문겸 호민관(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은 회사 곳곳을 꼼꼼히 살핀 뒤 지경운 대표와 면담을 했다. 호민관은 중소기업청장의 제청을 받아 국무총리가 임명하는 일종의 민간 옴부즈맨(차관급)이다. 평소 중소기업 현장을 누비며 기업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게 그의 임무다. 》
지경운 한국킹유전자 대표(왼쪽)가 8일 경기 포천시 소흘읍 본사에서 김문겸 중소기업 호민관을 만나 300인치짜리 대형 비디오 월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포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경운 한국킹유전자 대표(왼쪽)가 8일 경기 포천시 소흘읍 본사에서 김문겸 중소기업 호민관을 만나 300인치짜리 대형 비디오 월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포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 호민관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이 초기 창업자금 지원은 잘돼 있는데 정작 양산 시점에 필요한 운영자금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한창 성장하는 한국킹유전자 같은 우량 중소기업들을 제대로 가려내는 눈이 금융권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자칠판과 발광다이오드(LED) 옥외광고물을 만드는 한국킹유전자는 2008월 6월 설립된 신생 회사이지만 올해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243억 원)의 거의 3배에 이르는 700억 원대를 바라본다. 수십 년간 중소기업만 연구해 온 김 호민관은 유망 중소기업으로 한국킹유전자를 주저 없이 꼽았다.

○ 창업에 이르기까지

창업주인 지 대표는 LG전자에 다녔다. 사원일 때부터 임원 교육을 받은 엘리트였다. 대리 시절 중국 해외모듈 마케팅 파트장으로 일하면서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과장을 그의 팀원으로 두었을 정도. 나이도 어리고 직급도 낮은 팀장과 손을 맞추려면 마찰이 있을 법도 하지만 그가 이끈 팀은 1등을 놓친 적이 거의 없었다. LG전자에서 한 번 받기도 힘들다는 해외마케팅 상을 1년에 두 번씩 받았다.

광운대 전자재료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소위 명문대 출신은 아니다. 대신 타고난 넉살과 사교성,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갖췄다. 무엇보다 명확한 꿈을 가졌다. 선망의 대상인 LG전자 영국법인 근무를 고사하고 중국 마케팅에 지원한 것도, 촉망받던 대기업에서 스스로 사표를 던진 것도 모두 ‘내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 대표는 “사업을 하려면 중국을 모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고교 시절 대학 입학금 대신 사업자금을 달라고 부모님께 조를 정도로 창업에 대한 열망이 컸다”고 말했다.

○ M&A 제의 거절하고 꿈을 좇다


지 대표는 한국킹유전자를 창업하면서 TV 케이스(액정을 둘러싼 플라스틱 부품)로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이 케이스를 자체 제작하는 데다 수익성도 낮아 첨단 분야로 눈을 돌렸다. 바로 ‘스마트 e보드’라 불리는 전자칠판과 LED 옥외광고물이다. LG전자에서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를 맡았던 전공을 살린 것이다.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전자칠판은 마치 태블릿PC처럼 전자 펜으로 화면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하거나 각종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있다. 인터넷과 연결해 동영상 자료를 실시간으로 불러내 학습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

시련도 있었다. 지난해 급증하는 생산량을 감당할 수 없어 공장과 본사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시공업자로부터 사기를 당했다. 당초 지난해 5월 준공 예정이던 공사는 12월로 미뤄졌고, 건설비용은 12억 원에서 22억 원으로 불어났다. 공장이 제때 완공되지 못해 이를 담보로 운영자금조차 빌릴 수 없었다. 수백억 원의 주문을 따냈지만 그해 6월경 흑자부도의 위기에 내몰렸다.

피붙이 같은 직원들의 월급이 20일간 밀린 게 가장 괴로웠다. 늘 자신만만했던 지 대표도 화장실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중국의 경쟁업체는 현금 100억 원을 줄 테니 경영권을 넘기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지 대표는 일부 직원을 구조조정한 뒤 곧바로 제품 샘플을 담은 가방을 멘 채 투자자들을 찾아다녔다.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지만 결국 우수한 상품성과 지 대표의 열정을 높이 사는 국내 투자자들이 나타났다.

현재 그의 회사는 안정권에 도달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섰다. 해외 매출이 급격히 늘면서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 이어 올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해외지사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지 대표는 “올해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5년 안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하겠다”며 “전자칠판과 LED 광고시장에서 국내 최고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포천=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기업#한국킹유전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