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지수 발표는 했지만… “불경기 업종만 낙인” 낙제 기업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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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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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가운데)이 10일 오전 5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동반성장지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한철수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오른쪽은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가운데)이 10일 오전 5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동반성장지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한철수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오른쪽은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제조업체는 유리하고, 협력업체가 자주 바뀌는 통신사는 불리하다.’(KT)

‘조선업계가 불경기인 탓이 크다.’(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대기업 줄 세우기’라는 재계의 반발 속에 10일 공개된 동반성장지수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기업들의 항변이다. 이날 동반성장위원회의 발표 결과는 ‘제조업체가 상위를 차지하고 유통·서비스업체나 업황이 나쁜 업종의 기업들은 하위 등급을 받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 “유통·건설·조선업체 불리해”


동반성장지수는 동반성장위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체감도 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한 공정거래협약 이행실적 평가를 합산해 산정했다. 공정위의 이행실적 평가는 대기업들이 제출한 자료에 대해 현장 확인을 한 뒤 등급을 매겼고 체감도 조사는 5200여 곳의 1·2차 협력업체를 방문해 설문조사를 벌였다.

전체 4개 등급으로 평가한 이 지수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6개 기업은 모두 지난해 큰 이익을 거둔 대형 제조업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전기·전자·자동차 기업은 업종 특성상 부품 납품업체와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할 일이 많고 장기 계약이 일반적이다. 회사 덩치가 크고 실적이 좋은 만큼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도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할 수 있고, 현금결제 비율도 높다.

반면 단기 계약이 일상적이고 협력업체로부터 부품보다 서비스를 주로 제공받는 유통·건설·조선업체는 하위 등급이 많았다. 특히 최하위인 ‘개선’ 등급은 해당 업계에서 자산이나 매출액 규모가 순위에서 밀리는 업체들이 차지했다. 이들 업체는 “한창 경기가 안 좋아서 발주 물량 자체가 적다 보니 협력업체들은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영태 동반성장위 사무총장은 “유통업체 중에서도 위에서 두 번째인 ‘양호’ 등급을 받는 곳이 있고 제조업도 전부 상위를 차지한 건 아니다”라며 “당초 정한 규칙에 따라 신뢰성 있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 100% 현금결제 대기업 29곳뿐


평가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데 일부 잘못이 있었던 점은 동반성장위도 시인하는 부분이다. 동반성장위는 내년 발표되는 평가에서 GS칼텍스 에쓰오일 LS니꼬동제련은 제외하기로 했다. 이들 3개사는 해외에서 원재료를 들여와 가공하는 업종 특성상 협력업체가 거의 없다. 정 사무총장은 “대기업들이 다 자신들을 빼달라고 하는데 이를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며 “GS칼텍스 등은 현장에 가봤더니 주장에 타당성이 있어 앞으로 조사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의 이행실적 평가 조사 결과 56개 대기업 중 중소협력사에 100% 현금결제를 하는 곳은 29개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과 어음대체 결제수단을 이용해 100% 현금성 결제를 하는 곳은 49개사였다. 또 하도급 분야에서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여부를 평가한 42개사 중 21개사는 일부 내용을 협력업체에 불리하게 수정하거나 중요 내용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기업#동반성장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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