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TV, AS도 반쪽인 분통TV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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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슬 씨(29)는 올해 1월 온라인몰 11번가가 ‘반값 TV’라며 선보인 37인치 TV를 49만9000원에 샀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만에 스피커가 고장 났다.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그 다음이었다. ‘전국 170여 개 애프터서비스(AS)망이 구축돼 있으니 걱정 말라’던 11번가의 홍보와는 달리 AS센터 대표번호, 제조업체 직통번호로 계속 전화를 했지만 모두 며칠째 통화 중이었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다음에도 “수리 기사를 보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 씨는 “AS가 가장 고민이었지만 대형 온라인몰이 이름을 내걸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만큼 믿고 샀는데 온라인몰과 제조업체 모두 무책임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 상품이 출시된 1월 이후 해당 상품 게시판에는 소비자 의견이 500개 정도 달렸다. 그중 절반 이상은 “AS센터에 전화 연결조차 되지 않는다” 등의 항의 글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대형마트와 온라인몰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반값 TV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각 판매처 게시판에 불만 글을 올린 소비자들을 본보가 직접 접촉해본 결과 이들은 “판매 시 홍보문구와 달리 AS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며칠 전 G마켓에서 55인치 반값 3차원(3D) TV를 샀다는 한 소비자는 “화면에 문제가 있어 제조사에 전화를 거니 ‘연구실에 문의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해 반품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벽걸이 설치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직접 10만 원을 주고 가전제품 설치 기사를 불렀다”는 불평부터 “제조사 AS 기사들이 서로 연락처를 알려주며 떠넘겼다”는 소비자까지 불만 유형도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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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근 홈플러스에서 반값 TV를 산 후 AS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최형원 씨(42)는 “대형마트 가전코너에 있는 수리센터에 문의했더니 반값 제품은 취급을 안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면서 “대형 가전업체 서비스도 받아봤는데 서비스 질에 현저히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반값 TV 제조사인 우성엔터프라이즈에 AS를 일임하고 있는데, 우성 측은 또다시 AS만 전담하는 협력업체와 계약을 한 상황이다.

이처럼 AS 문제가 골칫거리가 되면서 일부 대형마트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판매사원들이 고객에게 “반값 TV를 사지 말라”고 설득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한 대형마트 직원은 취재기자에게 “TV가 고장 나면 소비자들이 판매채널에 불과한 마트에 강력하게 항의를 해서 이래저래 골칫거리”라고 그 이유를 귀띔했다.

현재 대형마트와 온라인몰들은 이에 대해 해당 중소업체가 제조를 하고 온라인몰은 판매, 유통, 홍보만 맡기 때문에 AS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11번가 관계자는 “대형 가전업체와 AS 질이 같기는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 “절차나 기간이 지체될 순 있지만 구입 후 90일 내에 고장 날 경우 수리비 전액을 보상하는 등 다양한 보장 제도를 갖춰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전재범 차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우수한 생산 기술을 갖췄더라도 대형마트들과 연계해 갑작스레 판로가 늘어난 만큼 AS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반값 TV를 살 때는 AS 역량과 준비 상태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반값TV#11번가#온라인몰#3D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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