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청년실업자 “쉬운 창업 유혹에…” 프랜차이즈 급증 왜?

  • Array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하루 평균 12개. 지난해 새로 문을 연 편의점 수다. 지난해 편의점 신규 출점 수는 총 4513개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 가운데 가맹점 비율은 98.9%로 거의 모든 편의점이 가맹점 형태로 들어섰다.

편의점뿐만이 아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는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점포 수는 지난해 11월 3000개를 돌파했다. 4년 남짓한 기간에 매장 수를 700개 이상 늘린 카페베네 역시 신규 점포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수가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배경에는 은퇴한 베이비부머와 갈 곳 없는 청년 실업자들이 있다. 특별한 기술도, 시장 정보도 없는 이들은 가맹본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경영도 비교적 손쉬워 보이는 편의점이나 빵집 등 프랜차이즈 점포 창업에 몰린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창업자는 실직 회사원 27.1%, 청년창업자 20.3%로 둘을 합치면 전체 창업자의 절반에 이른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몸집을 불리며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은 같은 상권 내에서 피 말리는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동네 슈퍼와 빵집 등 ‘골목상권’과 ‘동네브랜드’도 프랜차이즈의 습격에 초토화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30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서울 홍익대 앞 리치몬드 과자점이 대기업 계열의 커피 프랜차이즈에 자리를 내준 것도 이 같은 사례다. 리치몬드 과자점 주인인 권상범 명장은 이날 가게 문을 닫으며 “제과점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했지만 프랜차이즈 체인점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청이 진행하는 ‘나들가게’ 사업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2010년부터 동네 슈퍼가 간판을 바꾸는 것 등을 지원해와 현재까지 5300여 개가 나들가게로 전환했지만 공동물류센터를 만들어서 상품 공급가를 낮추는 것이 무산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