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역발상 전략, ‘감춰진 축복’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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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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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스터디: 전국 5개 지자체 혁신 성공 사례

강원 화천군은 낙후한 환경 속에 감춰져 있던 청정성이라는 가치를 산천어축제로 승화시켜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위). 경기 가평군은 버려져 있던 자라섬에서 국제재즈페스티벌을 열어 황무지를 재즈의 섬으로 화려하게 부활시켰다(아래). 두 곳 모두 역발상을 통해 지역 발전의 전기를 마련했다.
강원 화천군은 낙후한 환경 속에 감춰져 있던 청정성이라는 가치를 산천어축제로 승화시켜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위). 경기 가평군은 버려져 있던 자라섬에서 국제재즈페스티벌을 열어 황무지를 재즈의 섬으로 화려하게 부활시켰다(아래). 두 곳 모두 역발상을 통해 지역 발전의 전기를 마련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지방정부 5곳의 사례를 집중 취재했다. DBR가 분석한 사례는 강원 화천군의 청정성 마케팅, 경기 가평군의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전북 완주군의 커뮤니티비즈니스(CB) 육성, 경북 성주군의 참외 상품화, 경북 봉화군의 귀농·귀촌 정책이다. DBR 94호(2011년 12월 1일자) 스페셜리포트에 실린 지방정부의 혁신 성공 요인을 간추린다.

○ 역발상의 승리


강원 화천군은 군사지역 특성상 규제가 심해 개발이 어렵고 특별한 자원도 거의 없는 오지다. 거주민 수보다 군인 수가 많다. 하지만 화천은 이제 산천어축제 하나만으로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화천군은 군사보호구역 같은 규제와 혹한 등 척박한 자연환경을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규제로 인해 자연이 잘 보존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 악재의 ‘감춰진 축복’이라 할 수 있는 청정성을 발견한 것이다.

청정성을 무기로 관광을 육성하기 위해 개최한 이벤트가 산천어축제다. 산천어는 1급수의 깨끗한 물에서만 살아 청정성을 내세운 화천의 콘셉트와 잘 맞아떨어졌다. 혹독한 추위도 차별화 포인트로 이용했다. 대부분의 지자체 축제는 봄이나 가을에 열린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추위를 무기로 새해 가장 먼저 열리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경쟁 축제가 많지 않아 수도권 주민들의 겨울 여가 시간을 상대적으로 쉽게 빼앗아올 수 있었다. 역발상을 과감하게 실행해 보니 개발이 어려운 환경과 추위 등은 이제 화천만의 강력한 경쟁우위의 원천이 됐다.

경기 가평군 역시 황무지인 자라섬을 예술혼이 살아 숨쉬는 재즈 축제 공간으로 변화시킨 역발상이 돋보인다. 가평군은 수도권에 인접해 있지만 상수원 보호와 관련한 규제로 개발이 어려운 지역이다. 서울시의 1.4배 규모나 되는 면적 중 83%가 산림이다. 가평군은 버려져 있던 자라섬에서 2004년부터 국제재즈페스티벌을 시작했다. 황무지가 재즈의 섬으로 탈바꿈하자 관광객들은 환호했다.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리기 전까지 한국에서 재즈 공연은 주로 카페나 바 등 실내에서 이뤄졌다. 탁 트인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와인을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재즈페스티벌은 관객들에게 차별적 가치를 제공했다. ‘녹색만 있고 성장은 없는 지역’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가평군은 역발상을 통해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축제를 개최했다.

보통 조직들은 긍정적 인상을 주는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하지만 부정적 인상을 주는 자원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경향이 있다. 적개심마저 갖고 있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보면 감춰진 축복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인식의 전환은 창조와 혁신의 출발점이다.

○ 킹핀 전략


현명한 경영자는 다양한 문제의 근본 원인 하나를 찾아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자해 문제를 해결한다. 볼링에서 10개의 핀을 쓰러뜨려 스트라이크를 얻으려면 눈앞에 가장 가깝게 보이는 1번 핀이 아니라 그 1번 핀과 2번 핀 또는 1번 핀과 3번 핀 사이로 보이는 5번 킹핀을 노려야 모두를 넘어뜨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킹핀 전략이다. 킹핀은 문제의 핵심을 뜻한다. 경북 성주군의 참외 상품화 성공 비결은 킹핀 전략의 유용성을 잘 보여준다.

성주군은 품질 저하의 주요인이 됐던 고봉 포장(정량보다 더 많은 참외를 주는 것) 문제로 고민했다. 더 많이 주다 보니 품질이 떨어지는 참외를 속에 끼워 넣는 관행이 생겼고 이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고봉 포장으로 무게가 늘어나 참외를 나르는 농민들의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 만약 성주군이 생산 농가에 ‘정량 포장을 지키자’는 홍보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처했다면 문제 해결까지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됐을 것이다. 성주군은 포장박스를 바꿔 여러 문제를 일시에 해결했다. 성주군은 2007년 7월 1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관내 참외 농가가 갖고 있던 비규격 박스를 보상, 회수했다. 이후 관내 공판장에서 규격화된 박스만 반입해 경매하도록 농협과 민간단체에 협조를 구했다. 바뀐 박스로 포장을 하려면 반드시 뚜껑을 닫아야만 안전하게 포장할 수 있어 고봉 포장이 불가능했다. 포장박스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품질 저하를 막았을 뿐만 아니라 농가의 소득까지 증대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현재 성주군은 1억 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농가가 1000가구를 웃도는 부유한 지자체 농촌으로 자리 잡았다.

○ 모순 해결


혁신은 모순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전북 완주군은 관내 도시와 농촌 지역의 양극화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도시를 지원하면 농촌이 죽고, 농촌을 지원하면 도시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완주군은 지역주민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CB) 모델로 돌파구를 찾았다. CB는 지역을 거점으로 지역 주민이 주체가 돼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완주군은 지난해 폐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민간 출신 지역 전문가 등 30여 명이 근무하는 지역경제순환센터를 열었다. 이곳은 로컬푸드, 마을회사, 지역공동체 회사 등 지역을 근거로 한 새로운 발전 개념을 현장에 접목하는 곳이다. 현재 완주군에는 마을 단위의 사업 84개, 지역공동체 사업 30개 등 모두 114개의 CB 사업장이 있다.

완주군이 농촌과 도시 중 어느 한쪽 중심의 정책을 폈다면 양자 간 갈등이 생겼음은 물론이고 양극화가 심화됐을 것이다. 완주군은 모순 상황을 잘 활용해 CB라는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의 해법을 찾아냈다. 이는 과거의 지자체 전략과 다른 특징을 갖는다. 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세제 혜택을 줘 대기업을 유치하는 외생적 발전 모델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CB를 창업해서 이를 일자리와 소득 증대로 연계하는 내생적 발전 모델로 전환했다.

○ 고객 탐구


많은 기업이 점점 똑똑해지고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정부 역시 고객인 주민들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 못지않게 신경을 쓰고 있다.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경북 봉화군의 귀농, 귀촌 정책이 대표 사례다. 도시로의 인구 유출이 본격화하면서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진 봉화군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전국적인 귀농, 귀촌의 흐름을 기회로 포착했다. 봉화는 땅값이 싸고 다양한 작물 재배가 가능해 매력적인 정착 대상지로 꼽혔다. 봉화군은 이런 흐름을 초기에 간파하고 귀농, 귀촌을 지역 재건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인식해 대응책을 마련했다. 특히 귀농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배치해 예비 및 초기 정착 귀농민들을 위한 상담창구를 마련해 연중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체계적인 귀농인 교육 프로그램과 세심한 배려에 귀농 희망자들은 감동했고 봉화는 귀농의 본거지로 부상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4호(2011년 1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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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시련 대응법

▼ Revisiting Machiavelli


1512년은 마키아벨리에게 비극의 한 해였다. 한때 피렌체를 대표하는 외교관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졸지에 비극의 끝자락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반(反)메디치 암살 시도에 개입했다는 소문 탓에 마키아벨리는 자신이 근무하던 피렌체 시뇨리아 정청(政廳)에서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바르젤로 감옥에서 무자비한 고문을 당해야 했다. 공직 파면과 반역 혐의로 인한 체포, 바르젤로 감옥에서 당한 고문은 그의 삶을 파국으로 이끌었다. 시련이 극에 달했을 때 우리는 보통 실의에 빠지거나 남 탓하기에 바쁘다. ‘음모술수의 교과서’로 불리는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는 그에게 닥친 고난과 학대에 어떤 태도로 맞섰을까? 두 눈에 분노의 핏발을 세우고 고문기술자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저주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그는 고통마저도 조롱하며 웃음으로 받아쳤다.

소통하면 기업 체질 바뀐다

▼ Harvard Business Review


글로벌 제약회사 셰링-푸라우(현재 머크에 합병)의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 사업부의 일선 영업 관리자들과 대화하던 중 한 가지 사실을 파악했다. 일선 관리자들은 영업하는 데 가장 큰 불만 사항으로 신입사원에게 차량을 배정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불만은 표면적으로는 사소한 배차문제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셰링-푸라우의 CEO는 이 사안이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단지 회사의 영업용 차량을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뛰어난 영업사원 몇몇이 경쟁업체로 이직을 했기 때문이다. CEO가 일선 관리자와 소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CEO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일선 관리자와 효과적인 소통 하나만으로도 기업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는 필자의 주장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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