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 충분… 금융시장 혼란, 한국만의 상황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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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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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해 풀겠다” 팔걷은 정부… 8대 쟁점 정면 반박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유독 취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되자 정부가 ‘오해를 풀겠다’며 소매를 걷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26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우리 외환보유액은 위기 대응에 충분한 수준이고 시장 변동성 확대는 글로벌 상황과 비슷하다”며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외화채권 발행 여건, 단기외채 비중, 국가부도 위험 등 주요 쟁점이 과장되거나 왜곡됐다”고 밝혔다.

○ ‘시장 혼란, 우리만의 현상 아니다’

이날 재정부는 우리 금융시장 변동성이 유독 크다는 지적에 대해 “개방도가 높아 대외 불안요인에 상당히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며 글로벌 금융시장 추세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8월 5일 이후 원-달러 환율이 8.5% 올랐는데, 같은 기간 브라질(16.6%), 러시아(12.1%), 호주(6.9%) 등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국내 은행의 유럽계 차입비중(32%)이 너무 높다는 데 대해서도 “유럽 은행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6%라는 점을 감안하면 32%는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유럽계 은행들이 채권 자금을 빼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재정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은행들은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대부분의 유럽 은행은 조달금리만 높이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 ‘자금 조달, 막히지 않았다’

은행이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금리 기준이 되는 10년물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는 1.62%로 7월 말보다 0.56%포인트 높아져 자금 조달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은행 외화채권 발행이 다소 어려워진 건 맞지만 우리에게만 국한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차관보는 “최근 해외 투자은행(IB) 관계자를 만났는데 다들 자금줄이 프리즈(freeze·얼어붙다)됐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실제로 올해 전체 유럽은행의 채권발행액이 45억 달러에 그쳤고 그나마 최근 3개월간은 전무했다.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06%로 뱅크런(대량예금인출)을 겪은 프랑스(2.03%)보다 높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프랑스는 AAA 국가로 우리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라며 “그간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낮게 형성됐던 것이 오히려 예외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기외채 문제 역시 총외채 대비 비중이 37.6%에 불과하고 무역금융 등 실물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비중이 전체 단기외채에서 54%로 안정성이 2008년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해명했다.

○ ‘중국, 태국이 우리 국채 사고 있다’

혼돈에 빠진 금융시장에서 그나마 비빌 언덕은 채권시장이다. 외국인은 8월에만 3조8000억 원, 9월 들어선 2조1000억 원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정부는 “중국과 태국의 중앙은행이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차관보는 최근 환율 급상승의 원인에 대해 “어디까지 갈지 잘 모르는 불안감이 누구에게나 있는 건 사실”이라며 “실수요도 있을 테고, 실수요 외에도 그런(투기) 요인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미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런 조치가 없어도 외화유동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 카드를 꺼내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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