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자 채무 일부 탕감해 氣 살릴 것”… 송종호 중진공 이사장 “벤처 패자부활전 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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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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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청년창업자들이 빌린 정책자금 일부를 탕감해주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단,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해 사업 실패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타당할 때에 한해 채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송종호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사진)은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에 실패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청년창업자를 구제하는 제도가 우리나라엔 아직 없다”며 “원인을 따져 불가항력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엔 정책자금을 탕감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3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송 이사장은 중소기업청 창업벤처본부장과 현 정부의 초대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을 지냈다.

송 이사장이 언급한 채무탕감 대상은 창업 3년 이내인 39세 이하 청년창업자들이다. 일단 내년에 5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해 1인당 최대 2000만 원을 탕감해줄 방침이다. 중진공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20, 30대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54%에서 2008년 12%로 크게 줄었다. 외환위기에 이어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거품이 걷히면서 창업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젊은층이 부쩍 늘어서다.

송 이사장은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중진공이 사업실패 원인과 의도성 등을 철저히 따져 불가항력의 상황에 몰린 청년창업자들을 우선 구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구제방안 마련의 배경에 대해 “벤처캐피털이 고도로 발전한 미국은 초기 창업자들이 실패하더라도 패자부활에 나설 기회가 있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송 이사장은 “세금으로 창업자 채무를 탕감해주는 데 대해 봉급생활자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건전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취지를 국민들이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송 이사장은 청년창업 활성화에 대해 오래전부터 고민해왔다. 그가 제안해 중진공이 올 3월부터 의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청년창업사관학교’가 대표적 결과물이다. 이 학교는 청년창업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사업계획과 마케팅, 제품개발 등에 대한 전문가 교육은 물론이고 창업보조금과 사무공간까지 한꺼번에 지원해 준다.

그는 “창업은 출산에 비유될 정도로 어려운 과정이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은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수년간 혹독한 훈련을 거쳐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는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에서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이 학교는 철저한 스파르타식 교육을 지향한다. 이곳에 입교한 청년창업자 241명 가운데 17명이 중간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퇴교했다. 육체적 정신적 강인함을 키워주기 위한 해병대 교육과정이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송 이사장은 “기업 생태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고질적인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려면 우리 사회가 청년창업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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