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인재경영 도입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금융 문외한 속속 영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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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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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인재의 다양성이 금융회사의 질적 발전을 이뤄내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생각으로 자동차나 컴퓨터회사 등 다른 분야의 인재를 스카우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인재의 다양성이 금융회사의 질적 발전을 이뤄내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생각으로 자동차나 컴퓨터회사 등 다른 분야의 인재를 스카우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선진 ‘제도’가 아니라 선진 ‘인재’를 벤치마킹할 때 진정한 금융 발전이 가능합니다.”

1981년부터 30년간 ‘씨티맨’으로 살아온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정의한 ‘미국식 경영에서 배울 점’이다. 하 행장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매트릭스 조직 도입이 은행권의 화두인데 어떤 제도를 도입하느냐보다 새 제도에 맞는 전문가를 데려올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은행도 항상 금융회사에서만 인재를 영입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3월 미국 뉴욕의 씨티은행 본사가 더모트 보든 전 LG전자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최고브랜드책임자(CBO)로 영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12월부터 3년간 LG전자 CMO를 지낸 보든 CBO는 LG전자 이전에도 제약업체 화이자, 소비재업체 존슨앤존슨 등에서 근무했을 뿐 금융회사 근무 경력이 없다. 하 행장은 “때로 휴대전화, 커피, 아이스크림 판매 전문가가 소매금융 전문가보다 은행 고객들의 심리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며 한국씨티은행도 금융회사 근무 경험이 없는 IBM, 아우디, 삼성물산 출신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 행장은 최근 외국계 은행들의 한국시장 내 위상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씨티의 아시아 진출 역사만 110년에 이르는 만큼 단기 실적이나 점유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2분기에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린 반면 씨티은행의 올 2분기 순이익은 작년 2분기보다 8.6% 감소한 1441억 원에 그쳤다. 1분기 순이익도 작년 동기 대비 4.3% 줄었다. 그는 “절대 수치보다 자산관리, 외환파생상품 등 씨티가 강점을 지닌 시장에서 점유율과 실적을 키워나가는 데 주력하겠다”며 당장의 실적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 행장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후 국내 은행들이 잇따라 커미티드라인(Committed line·해외 금융회사에 수수료를 내고 비상 시 외화자금을 우선적으로 빌려올 수 있는 권리)을 개설하며 외화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아직 엄청난 위기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은행들이 집단적으로 몰려가 비싼 수수료를 내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유비무환이 최고”라며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은 국내 문제였는데도 은행권의 외화유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왔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강등 충격에도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위치나 성장세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 행장은 “일정 기간 저성장이 불가피하겠지만 미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혁신, 활력이라는 측면에서 미국과 일본은 완전히 다른 나라”라고 했다. 세계의 좋은 학교는 다 미국에 있고, 세계 각국의 고급 두뇌들이 여전히 몰려들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창업자 등 미국 500대 기업의 41%가 이민자나 그들의 자녀가 창업한 회사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한편 하 행장은 우리금융지주 매각과 관계없이 사모펀드에 대한 시선이 좀 더 균형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모펀드라면 무조건 ‘먹튀’ 얘기부터 나오는데 돈을 크게 잃는 사모펀드도 무척 많다”며 “사모펀드가 항상 악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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