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씻은 후 물만 넣고 사용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1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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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인과관계 단정 이르지만 일단 살균제 사용은 피해야"
일부선 "추가 조사 필요" 목소리

보건당국이 원인 미상 폐질환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세정제)'를 지목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병원 또는 가정에서 가습기를 써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온 환자들 사이에서는 체내에 축적됐을지도 모를 위해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 모 대학병원에 수일째 입원중인 한 환자(33)는 "병원에서 가습기를 주지 않아 집에서 가습기를 가져다 쓰고 있다"면서 "집에서 가끔 가습기에 살균제를 써왔는데 이렇게 문제가 큰 줄은 몰랐다"고 당황해했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가습기에 의한 세균감염 우려 때문에 병실 내에 가습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다만, 환자가 가습기를 원한다면 개별적으로 개인용품을 가져다 쓸 수는 있다.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의 발표와 관련, 아직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이 미흡하지만, 일단 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에 참여해온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박성훈 교수는 "환자들의 조직검사 결과 바이러스가 아닌 외부독소에 의한 염증반응이 원인이었다"면서 "특히 가습기 청결에 민감하고, 일반적인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을 자주 사용하는 임산부·소아 등이 해당 질환에 주로 걸린 환자였다는 점이 이러한 역학관계 결과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 교수는 "가습기를 세척할 때 살균제를 넣지 말고, 미리 (가습기를) 세정한 후 물만 넣고 사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에 대해 "단정짓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역학조사에 참여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만약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라면 지금까지 수년간에 걸쳐 문제가 발생하는 동안 왜 이런 역학관계가 규명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역학조사 외에 추가적인 조사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림대성심병원 산업의학과 임형준 교수는 "폐손상을 일으킨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세균을 죽이는 성분일 것으로 보이지만, 특정 성분이 언급되지 않아 유해성에 대한 인과관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후 해당 성분을 얼마나, 어느 정도 노출할 때 안전한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 살균제 성분이 다른 용도로 사용됐을 경우의 위해성에 대해서는 "화장품, 샴푸, 물티슈 등에 쓰였다면 이는 단순히 피부를 닦아내는 정도인 만큼 공기 중으로 흡입됐을 때와는 차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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