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대접 그만” 아파트 1층 명예회복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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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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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사, 저층 마케팅 총력

“다락방을 덤으로 드립니다.” “아파트 층고(층과 층 사이 높이)를 높여 복층 형태로 만들어 단독주택의 편리함을 더했습니다.” “별도의 출입문을 만들어 독립된 생활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최근 건설사들이 앞 다퉈 내놓고 있는 홍보 문구다. 전부 아파트 1, 2층 구입자를 겨냥한 얘기다.

아파트 저층부는 사생활 침해나 소음 등의 이유로 전통적으로 인기가 낮다. 최근에는 우면산 산사태나 수도권 물난리 등으로 ‘안전성’에 대한 불신마저 생겼다. 이에 주택건설사들이 저층부 분양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 만들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 아이디어 각축장이 된 아파트 저층부

최근까지 아파트 저층부 판촉을 위한 수단으로 가장 각광을 받은 방식은 필로티 설계였다. 필로티란 건물 1층에 해당하는 부분을 기둥만 남겨두는 형태다. 사생활 침해를 줄일 수 있고, 저층부도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1층에 특별한 공간을 더해주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SK건설은 최근 아파트 1, 2층의 층고를 5m로 다른 층의 2배로 높이고 건물 평면도 다양화한 설계를 저작권 등록했다. SK건설은 이 평면들을 내년 분양할 아파트에 선보일 계획이다. GS건설은 내년 분양예정인 서울 흑석3구역 등에 1층을 복층으로 설계한 평면을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말 광교신도시에 분양한 광교 래미안의 1층 일부 가구를 복층으로 꾸몄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대구에서 분양한 ‘이시아 폴리스 더 샵 2차’는 복층 대신 1층 가구에 따로 지하공간을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평면뿐만 아니라 아파트 시설 곳곳에서 저층부를 배려한 아이디어가 도입되고 있다. 대림산업은 평촌 e편한세상 등 일부 아파트 단지에 출입문이 따로 있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출입구보다 반 층 높은 이른바 1.5층에 주택을 지었다. 1층 입주가구가 엘리베이터 옆에 위치해 소음에 시달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 “1층의 장점을 활용하라”

저층부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발상의 전환’ 사례도 있다. 전남 목포에서 분양 예정인 목포우미파렌하이트는 1∼2층에 최대 20m²의 면적을 추가로 제공해 테라스하우스처럼 꾸몄다. 현대엠코는 저층부에 가구별 개별 주차장과 미니정원을 제공하는 평면을 개발해 내년부터 일부 아파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올해 3월 분양한 서울 불광 롯데캐슬에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롯데건설은 “아파트라기보다 단독주택 같은 구조 때문에 다른 층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1층을 비롯한 저층부에 노인이나 장애인 등이 많이 산다는 점에 착안해 특화 평면을 선보인 아파트도 있다. 노인 입주자의 편의를 위해 출입문을 따로 부여하고 애완견을 기르는 가구를 위해 ‘펫 바(pet bar)’를 도입한 ‘수성못 코오롱 하늘채’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1층 프리미엄을 넣더라도 분양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건설 관계자는 “1층에 혜택을 주려면 건축비가 예전보다는 많이 들지만 분양가에 모두 반영하지는 않는다”면서 “미분양으로 안 팔리는 것보다 빨리 팔리는 게 낫고 브랜드 가치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박사는 “아파트가 재산증식 수단이 아닌 삶의 터전이 되면서 상품의 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도 높아졌다”면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건설사들도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 노력을 하다 보니 1, 2층도 다양하게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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