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공장 터에 1조 베팅 ‘명품없는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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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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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신도림 ‘대성 디큐브시티’ 26일 오픈

서울 신도림 역세권에 들어선 대성 디큐브시티 내 쇼핑시설 디큐브백화점이 17일 내부를 공개했다. 백화점 1층부터 화장품 매장 대신 20, 30대가 좋아하는 해외 SPA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등 서남부 상권의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백화점을 표방한 점이 특징이다. 대성 제공
서울 신도림 역세권에 들어선 대성 디큐브시티 내 쇼핑시설 디큐브백화점이 17일 내부를 공개했다. 백화점 1층부터 화장품 매장 대신 20, 30대가 좋아하는 해외 SPA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등 서남부 상권의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백화점을 표방한 점이 특징이다. 대성 제공
대성은 1947년 연탄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래 64년간 단 한 번도 적자를 보지 않았다. 1978년 상장 이후 매년 배당을 거른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경영을 해온 국내 대표적인 굴뚝기업이다.

대성이 옛 대성연탄 공장 터 35만 m²(약 10만5870평)에 1조 원을 과감하게 ‘베팅’했다. 대성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성 계열사 전체의 1년 매출액에 육박하는 거금이다. 투자 대상은 서울 신도림 역세권에 들어서는 대성 디큐브시티다. 이곳은 디큐브백화점을 중심으로 상업, 주거, 사무 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 공간이다. 17일 다녀온 디큐브백화점은 26일 공식 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단장이 한창이었다.

○ 입점 브랜드 200개

디큐브백화점 1층에 들어서자 ‘백화점 1층=화장품’이라는 공식부터 깨졌다. 대신 자기상표부착방식(SPA) 브랜드인 자라와 H&M, 유니클로가 자리를 잡고 있다. 국내에 이 SPA 브랜드 3개가 동시에 한 백화점에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 문을 여는 백화점이면 모셔올 법한 ‘명품’ 브랜드는 단 한 개도 없다. 디큐브시티 사업을 진행한 차도윤 대성산업 사장은 “20, 30대 젊은 소비자가 많은 신도림 상권 특성을 감안해 값이 비싼 명품 대신 트렌디하고 가격도 합리적인 SPA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 스트리트 패션브랜드 ‘글래드뉴스’, 이스라엘 천연 화장품 ‘아하바’, 미국 핸드백 브랜드 ‘캐시반질랜드’ 등 30여 개 해외 브랜드가 국내 최초로 입점한다. 이 백화점에는 유독 식음료매장 비중이 높다. 지하 1, 2층, 지상 5, 6층에 들어서는 전문식당가가 전체 영업 면적의 30%를 차지한다. 다른 백화점에 비해 식음료매장 비중이 2배다.

지하 2층∼지상 6층, 영업면적 6만5106m²(약 1만9700평) 규모의 디큐브백화점은 명칭은 ‘백화점’이지만 쇼핑몰에 가깝다. 넓은 유선형 중앙 복도에 양쪽으로 매장이 줄지어 들어섰다. 상품구색과 매장구성도 기존 백화점과는 전혀 다르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기존 백화점들은 명품과 패션·잡화는 물론이고 식품, 가구, 가전 등 모든 상품군을 갖추고 있다. 이에 비해 디큐브백화점은 의류, 잡화, 아웃도어 위주의 패션 쇼핑몰에 가깝다. 입점 브랜드 수도 일반 백화점 400∼500개의 절반 수준인 220개다.

○ 서남부 유통상권 지각 변동

서울 영등포구, 구로구, 강서구를 아우르는 서남부 상권에서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신세계 영등포점, AK플라자 구로점, 현대백화점 목동점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국내 5대 백화점 가운데 갤러리아를 제외한 4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또 디큐브시티의 2km 이내에 타임스퀘어가 이미 성업 중이고 인근의 금천구 가산동 아웃렛타운도 잠재적인 경쟁상대로 위협적이다.

하지만 대성의 유통에 대한 집념도 만만치 않다. 디큐브백화점이 서남부 상권에 진출한 유통업체 가운데 규모 면에서 가장 크고 지하철 1, 2호선이 교차하는 역세권 상권에 위치한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또 2001년 유통사업 진출에 대한 청사진을 그린 지 10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낼 만큼 오랜 준비기간을 거쳤다. 갖고 있는 땅에 자기 돈을 들여 시행과 시공까지 모든 것을 직접 해낸 만큼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성산업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던 본사를 신도림 대성 디큐브시티로 옮겨온 점도 이 같은 의지를 보여준다. 차 사장은 “단순히 개발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좋아지도록 인근 지역 주민 500여 명을 우선 채용했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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