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새 여성복 ‘데레쿠니’ 론칭 정구호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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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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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대중에 팔리는 옷 만들었다…
‘정구호 작품 맞나?’ 사내서도 놀라”

‘밍크 숄을 두른 채 침대에 누워 있던 중년 여성이 일어나 갓 내린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그녀는 요란스럽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얼굴에 가루분을 바른다. 얼굴 화장을 다 고친 후에야 화려한 뱅글을 걸친 그녀의 손이 수화기로 다가간다. 전화기 너머 옷장 한편에는 밍크코트와 트위드 재킷이 가득 걸려 있다.’

제일모직이 2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호림아트센터에서 열린 신규 여성복 브랜드 ‘데레쿠니’ 론칭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상영한 단편 영화의 한 장면이다. 10분 남짓 상영된 영화에는 신규 브랜드의 제품이 가득 채워졌다.

제일모직은 이날 루비족(평범하고 전통적인 아줌마를 거부하는 40, 50대 여성 소비층)을 겨냥한 여성복 브랜드 데레쿠니를 선보였다. 데레쿠니는 이탈리아어로 ‘명망 있는 데레르 가문’을 의미하며 2004년 이탈리아에서 론칭했으나 금융위기로 잠정 중단했다가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이번에 새롭게 재탄생했다.

트위드 재킷과 아코디언 주름이 잡힌 블라우스, 화려한 밍크 재킷, 금색 체인이 돋보이는 핸드백 등은 20대의 화려함을 다시 표현하고 싶은 40, 50대 여성 소비자들의 잠재된 욕망을 잘 읽어낸 듯했다. 구호, 르베이지로 이어지는 제일모직 여성복 라인의 아방가르드하고 미니멀한 디자인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날 브랜드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정구호 제일모직 전무(사진)는 “사내에서도 ‘과연 정구호가 만든 것이 맞느냐’며 놀라는 눈치였다”며 “수입 브랜드에 국내 여성복 시장을 내주느니 작정하고 (대중에게) 팔리는 옷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선을 살린 건축적인 감각의 의상으로 패션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제일모직은 올 하반기(7∼12월) 최대 8개 매장에서 4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데레쿠니를 2015년까지 총 40개 매장, 매출 600억 원 규모의 메가 브랜드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2013년에는 중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 여성들이 좋아하는 금색과 파스텔 핑크를 브랜드의 핵심 색상으로 내세운 점도 눈길을 끌었다. 정 전무는 “중국 바이어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뜨거워 당장 올가을부터 선보이자고 할 정도”라며 “중국 진출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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