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늑대 가니 호랑이가 오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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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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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산업부 기자
김현수 산업부 기자
“늑대 가니 호랑이 오네요.”

한 모바일 게임회사 관계자는 한숨을 쉬었다. 2년 동안 목을 빼고 기다리던 법안이 곧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데도 침울했다. 그가 말하는 ‘늑대’란 게임 사전심의 제도다.

스마트폰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사고파는 장터의 주인인 애플과 구글은 한국의 사전심의제를 통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국의 앱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에서만 게임 카테고리를 열지 않았다. 한국 모바일게임 업체들은 국내시장은 포기한 채 해외시장만 노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2008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앱스토어 같은 오픈마켓에 한해 사전심의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9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 남겨놓고 있다.

문제는 ‘호랑이’다. 모바일 게임업계에서는 ‘신데렐라법’으로 불리는 ‘셧다운제’가 호랑이로 통한다.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은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모든 게임을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아이온’ 등 온라인게임뿐 아니라 단순한 게임이 많은 스마트폰 게임, 비디오 게임, 소셜네트워크게임(SNG)까지 모두 해당된다.

이 법이 이대로 통과되면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열릴 가능성은 사라진다. 게다가 해외 개발자들이 한국에서만 주민등록번호 인증 시스템을 만들어 청소년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리가 없기 때문에 ‘팜 빌’ 같은 게임도 한국에선 아예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산업협회(ESA)는 대한민국 국회에 셧다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정부 내에서도 문화부는 셧다운제 적용 범위를 온라인 게임으로만, 여성가족부는 스마트폰 게임까지 포함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결국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청소년 게임중독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규제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내려받아 쓰는 불법 게임은 규제대상이 되지 못하는 데다 소규모 개발사들이 주민등록번호 인증을 앞세워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할 우려도 있다. 게다가 부모의 계정을 도용해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은 또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모바일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인터넷, 게임, 포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들이 콘텐츠를 앞세워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강국을 자처했지만 어느덧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돼 지금은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을 따라가느라 바쁜 신세가 됐다. 늑대, 호랑이의 등쌀에 또다시 한국만 ‘IT 갈라파고스’가 되는 것 아닌가 걱정스럽다.

김현수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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