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현장에서]저축은행 사태, 자칫 억울한 일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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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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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 기자 tnf@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소식이 알려진 17일, 취재하고 기사를 쓰느라 정신없는 하루가 끝나가는 오후 7시경 한 통의 보도자료를 받았다. 이날 금융위원회 발표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인 5개 저축은행에 포함됐던 새누리저축은행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내용은 한마디로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새누리저축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곳으로 2013년 6월 말까지 일반적인 BIS비율에 따른 적기 시정조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곳이다. 쉽게 말해 일반적인 BIS비율로 건전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 이런 특수한 상황의 은행들을 평가하기 위한 부칙BIS비율을 적용하면 기준 비율보다 22.12%포인트나 높다. 2008년에는 한화그룹이 인수하면서 대기업 계열사의 지위도 얻었다. 특히 작년 9월에는 전문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업계 내 최상위 수준인 BBB등급(안정적) 평가를 받은 소위 ‘우량’ 저축은행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발표 때 회사 이름이 공개되자 순식간에 부실 저축은행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텔레비전 자막과 신문 지면에 이름이 오르내리자 예금자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물론 금융당국도 대책 발표를 하면서 ‘적기시정조치에서 예외돼 문제없다’고 설명했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저 BIS비율 5% 미만의 부실 저축은행으로 보일 뿐이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영업정지 발표날인 17일에는 30억 원 정도 빠져나가 안심했지만 다음 날 언론 보도를 보고 몰려든 사람들로 이틀 동안 총 200억 원의 예금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아무리 사정을 설명해도 이미 흥분한 고객들은 막무가내였다.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당시 이틀 동안 70억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회사 이름이 밝혀진 탓에 3배나 더 많은 피해를 본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원래 경영상태가 안 좋다면 모르겠지만 한창 열심히 하다가 이렇게 되니 분통 터진다”며 “유동성이 풍부해 회사는 걱정 없지만 만기도 안 된 적금을 빼 손해 본 고객들은 어쩌냐”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튿날인 18일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새누리저축은행 상황에 대한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지점에서 부랴부랴 금감원에서 나온 자료를 복사해 나눠주자 그제야 예금 인출을 기다리던 수십 명의 고객들이 발길을 돌렸다. 금융당국의 좀 더 세심한 배려와 빠른 대처가 아쉬운 대목이다. 그랬다면 별안간 예금인출 날벼락에 피해를 본 저축은행이나 혼비백산해 금리까지 손해 보는 예금자가 없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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