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줄어드니 다세대주택 뜨네

  • Array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 국토부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 분석

최근 주택 가격이 안정을 보이면서 다세대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로 시세 차익을 얻기 어려워지면서 여러 사람에게서 월세를 받는 다세대주택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난이 심한 해에는 다세대주택이 늘어나고 반대로 아파트가 늘어날 때는 다세대주택이 줄어들면서 지난 10년 동안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공급은 반비례 곡선을 그려 왔다.

○ 아파트-다세대주택 인허가 반비례


17일 국토해양부의 주택건설인허가실적 분석 결과 전세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다세대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년 2만4513건에서 4만1424건으로 6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아파트는 29만7183건에서 27만6989건으로 6.8% 감소했다. 인허가 실적은 주택 건설의 선행지표로 시장의 심리적 변화를 가장 먼저 반영하는 수치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2008년 다세대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년 2만3184건에서 5만421건으로 1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가 47만6462건에서 26만3153건으로 44.7% 줄어든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전세금 폭등으로 최근과 같은 전세난이 일었던 2001년 다세대주택의 인허가 건수는 5만6890건에서 20만4407건으로 전년 대비 259% 늘어난 바 있다. 같은 기간 아파트는 33만1579건에서 26만7401건으로 19% 감소했다.

아파트와 다세대주택의 인허가 건수가 반비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파트 신규 물량의 감소로 전세난이 일 때면 다세대주택이 이를 완화할 대안으로 꼽힌다는 점이다. 정부는 아파트 공급이 줄어드는 해에 다세대주택 건축기준을 완화하며 개인 및 소규모 사업자를 유인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세대주택의 인허가 건수가 폭등한 2001년 전후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재개발, 재건축 붐이 일어나 멸실 주택이 증가하면서 기존 주택에 살던 세입자의 전세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며 “정부가 주택 건설을 촉진한다는 목적으로 이들 주택에 대한 건축 기준을 완화하면서 임대 사업을 노린 개인 및 소규모 사업자들이 대거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다세대주택이 늘어난 것 역시 전세 공급을 늘리기 위한 조치의 결과였다. 정부가 도시형생활주택 보급을 장려하면서 관련법을 완화한 것이다. 서용식 수목건축 대표는 “주차장 설치 규정을 평균 4채당 1대꼴로 완화해 수익성이 향상되면서 개인 사업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형생활주택 가운데서는 단지형 다세대와 원룸형 일부가 다세대주택으로 분류된다.

김영진 닥터아파트 소장은 “다세대주택들은 아파트보다 건설기간이 짧아 비교적 단기간에 임대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 ‘아파트 종말’은 베이비부머 손에?


개발 용지의 한계, 인구구조의 변화, 투자 가치 하락 등으로 아파트 건축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부동산금융학)는 “대규모 택지지구로 쓰일 만한 땅이 과거처럼 많지 않은 만큼 아파트 중심의 주택 개발 시대가 막을 내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도심에서는 다가구 또는 다세대주택을 임대해 수익을 얻고 실제 거주는 도심 밖 단독, 전원주택에서 하는 선진국형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사는 김모 씨(63)는 자녀 둘을 출가시킨 뒤 지난해 경기 양평 인근에 단독주택 용지를 매입했다. 김 씨는 “현재 시세 6억 원 상당의 108m² 아파트를 팔고 단독주택을 지을 계획이며 여유 자금을 모아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임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모듈형 단독주택 사업을 펼쳐온 SK D&D는 최근 콘크리트, 목조, 스틸 등 다양한 공법을 활용한 종합주택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회사 정동수 과장은 “더는 자산증식 효과가 없는 아파트를 처분하고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해 도심 밖에 단독주택을 짓고 살겠다는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사업 규모를 확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