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화면으로… SK텔레콤, 플랫폼 ‘호핀’ 서비스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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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최신 영화를 보다 집에 돌아와 TV로 계속 이어서 본다. 영화를 다 보기도 전에 다른 식구들과 ‘채널권 전쟁’이 벌어지면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데스크톱PC로 나머지 부분을 보면 된다.

이것이 바로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화면, 즉 스크린으로 공유하는 ‘N스크린’ 서비스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콘텐츠는 웹에 저장해 두고 스마트폰, 태블릿PC, 데스크톱PC, TV가 인터넷과 만나 언제든지 저장해둔 콘텐츠를 꺼내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스크린 기기들은 웹과 사람을 연결하는 ‘창’ 역할만 맡는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스크린의 정점에 있는 TV마저 인터넷과 연결되는 세상이 오면서 이 같은 N스크린 시장도 덩달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누가 더 빠르고 쉽게 여러 기기를 이어주고, 콘텐츠를 사고팔 수 있는 장터의 주인이 될지를 두고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 N스크린 시대가 온다

새해 눈에 띄는 전략을 먼저 선보인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사옥에서 콘텐츠 플랫폼 ‘호핀’을 중심으로 한 N스크린 전략을 발표했다.

SK텔레콤 전략의 특징은 여러 기기에서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시장을 만든 점이다. 이 콘텐츠 플랫폼 이름이 ‘호핀’으로 여기에는 드라마, 영화, 뉴스, 뮤직비디오 등 3500여 개 콘텐츠가 들어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 ID로 들어가 사이버머니 ‘도토리’로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다. 올해 1분기(1∼3월)에 호핀 애플리케이션을 T스토어나 안드로이드마켓에서 내려받아 다양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이용할 수 있다. 개인의 특성에 맞는 콘텐츠도 추천해 준다.

또 다른 특징은 TV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 셋톱박스 역할을 하는 전용 단말기로 삼성전자 ‘갤럭시S 호핀’이 필요하다. 거치대에 갤럭시S 호핀을 놓고 TV와 이어주면 스마트폰에서 보던 영상을 TV에서 마저 볼 수도 있고, 호핀에서 다른 영화를 찾아 볼 수도 있다.

설원희 SK텔레콤 오픈 플랫폼 부문장은 “TV를 어떻게 인터넷과 호핀 플랫폼에 연결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전용 스마트폰을 TV와 이어주면 값비싼 스마트TV를 사지 않아도 쉽게 호핀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앞으로 스마트TV가 대중화되면 TV 앱스토어에서 호핀을 내려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호핀을 TV, PC, 스마트폰 할 것 없는 글로벌 콘텐츠 유통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 콘텐츠 유통 시장을 잡아라

다른 국내 통신사들도 N스크린 전략을 서두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인터넷TV(IPTV)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에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저장해두면 모바일 기기와 IPTV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다. 애플은 음악, 영상, 애플리케이션을 사고, 팔고, 저장하는 ‘아이튠스’를 모바일기기, PC에 이어 별도의 셋톱박스를 통해 TV로 확대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TV를 중심으로 모바일 기기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소비자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서비스는 없다. SK텔레콤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갤럭시S 호핀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무선인터넷인 와이파이(Wi-Fi)에서만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고, 3세대(3G)망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속도도 느리다. 현재 소비자들이 N스크린 서비스를 진정 원하는지도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업체들이 N스크린 시장에 투자하는 이유는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면 막대한 콘텐츠 유통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IT 칼럼니스트인 김지현 다음 모바일 본부장은 “극장에서 영화 보면 쇼핑도 하고, 팝콘도 먹지 않느냐. 유통이 돈버는 시대”라며 “TV 콘텐츠 유통까지 차지하면 어마어마한 광고시장까지 선점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장 이득은 없어도 남이 생태계의 중심이 되지 않게 내가 먼저 나서는 생태계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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