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의 국내공장 인수 성공모델’ 볼보건설기계 창원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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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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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6번 바뀌었다, 품질로 살았다”

13일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창원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완성 단계의 굴착기를 점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굴착기 1만8000대 생산이 목표인 창원공장은 볼보 굴착기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단일 생산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사진 제공 볼보건설기계코리아
13일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창원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완성 단계의 굴착기를 점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굴착기 1만8000대 생산이 목표인 창원공장은 볼보 굴착기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단일 생산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사진 제공 볼보건설기계코리아
13일 찾아간 경남 창원시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창원공장. ‘완벽한 품질과 3000PJT 달성은 우리의 자존심’이라는 새로운 표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2007년 생산효율을 크게 높이면서 볼보그룹 내에서 ‘창원식 시스템’이란 신조어까지 생길 당시 내걸었던 ‘재고는 죄고(罪庫)다’라는 문구 옆 자리였다.

새로운 표어는 불량 없는(zero defect) 품질을 유지하면서 올해 아시아 지역에서 월 3000대의 굴착기를 생산하겠다는 의미다. 창원공장은 이 가운데 50%가량을 맡고 있다. 지난해 창원공장에서 생산한 굴착기는 1만2500대이며 올해 약 1만8000대가 목표다.

높아진 목표치에 걸맞게 13일 찾은 창원공장은 활력이 넘쳤다. 공장에는 자재를 운반하는 지게차가 후진하며 내는 ‘엘리제를 위하여’ 선율이 쉴 새 없이 흘러 나왔다. 전자음과 각종 기계음, 쇳소리가 공장건물 안에 뒤섞여 큰소리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옆 사람과의 대화도 어려울 정도였다. 외국 기업이 국내 생산시설을 인수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인 볼보 창원공장을 찾아가봤다.

○ 금융위기로 한때 휘청

볼보는 1998년 삼성중공업의 건설기계 부문인 창원공장을 인수했다. 창원공장의 가능성을 본 볼보는 명맥만 이어가던 스웨덴의 굴착기 공장을 폐쇄하고 글로벌 생산거점을 아예 창원으로 옮겼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2000년 2억 달러(약 2223억 원), 2006년에는 10억 달러(약 1조1112억 원)어치를 수출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2008년에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창원공장도 한때 휘청거렸다. 2008년 월평균 약 1000대의 굴착기를 생산했지만 그해 11, 12월에는 80여 대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2009년에는 연 생산량이 2008년의 절반 수준인 5900여 대로 떨어졌다. 20년째 창원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광영 씨(48)는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고 오후 6시까지 잔업도 하는데 그때는 오후 2시에 퇴근하거나 아예 쉬는 날도 있었다”며 “벌이도 30만∼40만 원 적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 품질만이 고용과 생존을 보장한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살아나면서 창원공장은 지난해 1만2500대의 굴착기를 생산해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창원공장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품질. 실력을 갖추고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기회복기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창원공장 굴착기의 품질은 볼보 본사에서 ‘창원을 배우라’고 할 정도로 인정받는다.

물론 이런 품질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1978년 현대양행에서 시작해 지금의 볼보에 이르기까지 주인만 여섯 번 바뀌는 과정에서 직원들은 품질만이 고용과 생존을 보장해 준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QDC(퀄리티·딜리버리·코스트)경영. 품질 중시와 납기 맞추기, 단가 인하는 창원공장의 DNA가 됐다.

볼보의 적극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건설·중장비시장의 패권은 굴착기에서 나오기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 굴착기 생산기지인 창원공장을 중시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해 정치적 이유 등 외부 요인 때문에 노사문제가 흔들릴 수 있는 여지도 없앴다. 회사 관계자는 “노사안정이 이뤄지자 지난해 6월 중국과 한국을 놓고 갈등하던 볼보 본사가 250억 원을 창원에 투자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한 달에 2000대까지 생산할 수 있도록 공장 설비를 늘렸다”고 말했다.

○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

볼보건설기계 창원공장은 굴착기만 생산하는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18만8000m²(약 35만 평)의 터에 13만6100m²(약 4만 평) 규모로 세워진 공장에서는 굴착기 20종을 생산한다.

하지만 창원공장의 미래가 장밋빛만인 것은 아니다. 중국시장의 확대로 현지생산이 늘면 창원공장의 생산이 지금의 비중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석위수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품질로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 생산기지 역할을 한다면 미래는 밝다”며 “올해는 대형굴착기 주문이 많아 내실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창원=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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